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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스타' 되고픈 의원들, 일단 던지고 보자?


입력 2014.09.23 17:20 수정 2014.09.23 17:25        김지영 기자

중요 통계가 누락된 정보 혹은 연관 근거 없는 내용 등 무책임한 태도

2014년도 국정감사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무책임한 보도자료 배포가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2014년도 국정감사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의원들의 무책임한 보도자료 배포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의원들은 지난 1년간 정부의 국정운영 지표를 기초로 미비점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제시한 반면, 일부 의원들은 중요 통계가 누락된 정보들을 근거로 자극적인 자료를 생산·유포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이 조정·중재신청 건수 1위? 언론사 한 곳당 건수는 일간신문이 1위

먼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인터넷신문과 인터넷포털에 대해 총 2726건의 조정·중재신청이 접수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다. 이는 일간신문(603건)보다 약 4.5배, 방송(456건)보다 약 6배 많은 수치다.

이에 대해 한 의원 측은 “대다수의 인터넷신문이 소규모로 운영되다보니 체계적으로 기자를 양성하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생긴 문제점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언론중재위가 같은 기간 언론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교육 대상에 군소 인터넷신문 기자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 통계지표 시스템인 e-나라지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정부기관에 등록된 일간신문은 363개, 인터넷신문은 4916개, 방송사는 396개다. 비율로 따지면 인터넷신문 수는 일간신문의 13.5배, 방송의 12.4배로, 전체 피해구제신청 건수에서 인터넷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언론중재위의 통계를 대입하면 언론사 한 곳당 조정·중재신청 건수는 일간신문(1.66건), 방송(1.15건), 인터넷신문(0.55건) 순이다. 피해구제신청이 접수된 보도를 오보라고 전제하면 일간신문이 가장 많은 오보를 생산한 것이다. 반면 인터넷신문의 오보는 일간신문의 3분의 1, 방송의 절반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 의원 측은 인터넷신문의 기자 교육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언론중재위의 교육 건수를 제시했으나, 실질적인 언론사 교육은 언론진흥재단이 담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단편적인 통계에 근거한 문제 진단으로 조정·중재신청 건수 급증이 인터넷신문 탓이라는 잘못된 인식만 확산됐다.

경찰 도착시간 ‘꼴찌’라는 가평군, 면적·도로 상황은 언급 없어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성급한 자료 해석으로 엄한 피해자를 만들었다. 강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249개 경찰서의 평균 출동 시간을 제출받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112 신고 접수 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경남 거창경찰서가 가장 짧았다.

문제는 평균 출동 시간이 가장 길었던 경찰서다. 강 의원 측은 자료의 수치를 근거로 “경기 가평경찰서는 신고 접수 후 평균 6분 06초 만에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249개 경찰서 중 유일하게 6분대를 기록하며 올해 112 현장 도착시간이 가장 느린 경찰서라는 불명예를 안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 의원 측의 주장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지역별 신고 건수와 도로교통 상황, 면적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강남과 서초, 부산에서 강서와 기장, 대구에서 달성, 인천에서 강화, 울산에서 울주, 경기에서 가평, 강원에서 인제, 충북에서 상당, 충남에서 청양 등의 출동 시간이 가장 길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교통이 혼잡한 도심이거나 면적은 넓은 데 반해 도로 상황이 열악한 벽지라는 점이다.

업종별 언론사 수가 누락된 한 의원의 자료와 마찬가지로 강 의원의 자료에는 출동 지체 요인과 도로 상황 등에 대한 통계가 누락됐다. 가평군은 도내 기초단체 중 두 번째로 면적이 넓음에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지 않다. 여기에 경찰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도시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2호선 지하철 사고가 노후차량 때문? 1호선 64량은 25년째 굴러가는데...

던지고 보자는 식의 국감자료 배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안행위 소속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메트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메트로 보유 호선별 연도별 전동차 도입현황 및 사용연수’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보유 지하철 1954량 중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 운행된 노후차량이다.

특히 임 의원 측은 올해 4건의 지하철 사고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3건이 노후차량 비중이 높은 2호선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차량 노후화에 따른 지하철 안전사고도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후차량에 대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연장운행 판정을 지난 4월 침몰한 세월호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 의원 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노후차량 운행과 지하철 사고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2호선에서 한 건의 지하철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1호선에서는 1989년 도입된 64량의 열차가 현재까지 25년째 운행되고 있음에도 최근 3년 동안 사고 없이 운행되고 있다.

이밖에 안행위 소속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성폭력범죄 신상정보등록자 올해 1만5000명에 달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성폭력범죄 예방을 위해 신상정보가 공개된 신상정보등록자가 올해 8월 기준 1만5095명으로 2011년 대비 1만2002명(388%), 지난해 대비 4855명(47.4%)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서울, 경기 각 3000명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아, 제주 전년대비 101.8%↑’는 부제목이다. 마치 서울과 경기에 성범죄자가 몰려 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단위 인구별 신상정보등록자 수는 서울과 경기가 각각 3156명, 3410명당 1명으로, 광주와 제주(각각 2659명, 2638명당 1명)보다 적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와 경기도의 인구는 각각 1038만여명, 1255만여명이다. 인천을 더한 수도권 인구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수도권의 신상정보등록자 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본문에는 부제목에 대한 어떤 설명도 첨부되지 않았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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