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계란' 이어 북한 홍은정도 챙긴 '원수님'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4.09.26 03:32  수정 2014.09.26 06:49

북한 선수들 금메달 이후 '김정은 찬양' 멘트 빼놓지 않아

여자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 홍은정도 "원수님께 기쁨 드려" 소감

북한 체조 금메달 홍은정. ⓒ 연합뉴스

"대체 뭘 받았고 뭘 주길래.."

각본 없는 스포츠에서 각본 있는 '경기 후 기자회견'은 맛을 떨어뜨리지만, 북한 선수들의 판에 박힌 인터뷰는 맛 자체를 떠나 외국 기자들에게 생소함 또는 신비로운 매력(?)까지 선사했다.

북한의 ‘체조 요정’ 홍은정(25)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은정은 2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15.349점으로 1위에 올랐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6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홍은정에게 인천 아시안게임은 특히 간절히 기다려온 무대다.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체조 선수의 나이를 허위로 기재한 것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적발돼 국제무대에 설 수 없었다. 결국,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2012 런던올림픽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공백기에도 홍은정의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작년 10월 벨기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도마 결선에서 동메달, 같은 달 중국 톈진서 벌어진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홍은정은 언니 홍수정과 함께 북한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자매 체조선수로 유명하다.

언니 홍수정도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단평행봉에서 금메달, 도마에서 은메달을 따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 도마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체조 스타다.

홍은정은 8년 만에 금메달로 색깔을 바꾼 뒤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과 만나 ‘언니가 응원을 많이 해줬냐’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말했다. 언니 홍수정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단평행봉 금메달,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체조 스타다.

그러면서 또 “원수님(김정은)께 기쁨을 드려 좋다”는 짤막한 소감도 잊지 않았다.

한편,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대표팀에 세계신기록과 금메달을 안긴 남자 역도의 김은국(26)과 엄윤철(23)은 지난 23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특히, 엄윤철은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기자분들에게 질문하겠다. 달걀로 바위 깬다고 생각해본 적 있냐”라고 묻더니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선 달걀로 바위를 깰 순 없지만 계란에 사상을 입히면 바위를 깰 수 있다고 강조하셨다. 그런 사상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워 공화국기를 휘날렸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에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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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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