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행부 장관, 여야에게 욕먹으며 버틴 이유가 고작...
<안행위>공익사업선정 위원회 명단 요구에 "전에도 제출 안해"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7일 안행부 국정감사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여야 모두에게 따끔한 질책을 받았다. 답변 자세는 물론, 야당 위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관례상의 이유’를 들어 미비한 자료를 제출했다가 여당 위원들에게까지 쓴 소리 폭탄을 맞은 것이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국감에서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요구한 ‘공익사업선정 위원회’ 심사위원 명단 제출을 거절했지만, 의원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오후 국감에 앞서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개인 신상이 문제가 된다면 이00, 김00 수준으로만 제출해도 참겠다고 양보했다. 그런데 이름은 아무것도 안 나오고 000 또는 12개 기관 모두 시민단체라고만 써서 제출했다”면서 “국회를 능멸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고성을 질렀다.
정 의원은 이어 “보통 국정원도 국가안보상 대부분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답하지만, 최소한 열람은 시켜준다. 안행부가 국정원이라도 되느냐”며 “이런 식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이런 식으로 국감을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 장관은 “오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위원들 명단은 공정성 문제 때문에 장관인 나도 모른다”며 “이전 국감에서도 추천기관과 단체 등 명단이 제출되었다면 나도 그대로 하겠지만, 전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관례에 따라 (제한적으로)드리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던 임 의원은 “장관의 답변 태도 좀 지적하겠다”고 운을 뗀 후, “장관도 명단을 모른다고 했는데, 공익사업선정위원회는 장관이 위촉하는 거다. 장관이 위촉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알고는 있어야한다”며 “모른다고만 답하면 안행부 업무를 아직도 파악하지 못 하고 있거나 그게 아니면 국감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은 “내가 못 밝히는 것이 아니라 위원들 이름은 공정성 때문에 나도 정말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공개하는 건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전에도 공정성 문제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관례에 따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태도에 결국 여당 위원들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비영리 민간단체 사업추진 위원 문제는 아마 관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법적으로 이런 자료를 제출 않도록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장관께서 자료를 좀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강기윤 의원 역시 “장관은 답변 할 때 좀 더 명확하게 하고, 특히 신중을 기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알아보고 제대로 제출하겠다. 시간을 달라'고 성의 있게 답하고 법률적 검토도 좀 해보고 답하라”면서 “아무것도 아닌 걸로 자꾸 정부가 좋지 않게 보이지 않나.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야당 의원이 요구한 건 제7기 공직사업선정위원회 위원 명단이다. 비영리 단체에 재정 지원한 내용도 아니고 단지 심의한 사람의 명단을 묻는 것 아닌가”라며 “풀 네임은 아니라도 성만 제출해달라는 정도까지 양보했다. 그럼 실무자나 담당자가 나와서 명확히 답변하고 질의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 진영 위원장은 “제출하지 않을 합당한 이유나 법적 근거가 있으면 이야기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내야한다”라며 “제출할 수 있는 것이라 판단되면, 현재 제출한 자료보다는 자세한 것으로 얼른 제출하라”고 못 박았다.
앞서 정 장관은 이날 오전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 모두로부터 불성실한 답변 태도를 지적 받은 바 있다.
8번째 오전 질의에 나선 임 의원이 “제주 4.3 사건을 폭동으로 왜곡하고 전임 대통령의 분향소까지 철거하려는 단체에 국고보조금 130억이 지급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보조금 선정기준과 선정위 명단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정 장관은 “그건 나도 모른다. 공정성 때문에 공개가 안 될 것이다. 위원은 공개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의 반박이 쏟아지자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 자리는 장관이 증인의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사항을 질의하는 자리”리며 “좀 더 겸손하고 진솔한 자세로 국감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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