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서건창, 어떻게 천재형 레전드 넘었나
20년 만에 이종범 기록 깨고 새 역사 창조
이승엽 최다득점-이병규 최다 멀티히트도 넘어
‘연습생 신화‘ 서건창(25·넥센 히어로즈)이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서건창은 13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0 앞선 2회초 2사 2루에서 선발 김병현의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시즌 197호.
전날까지 196안타를 기록했던 서건창은 이날 1안타를 추가하며 1994년 이종범(현 한화 코치)이 세운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무려 20년 만에 경신했다. 서건창은 남은 3경기에서 3안타만 더 추가하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단일시즌 200안타라는 전대미문의 역사를 세우게 된다.
서건창의 기록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낸 서건창은 강정호의 타석 때 상대 실책을 틈타 홈을 밟으며 1득점을 추가해 프로야구 역대 최초로 130득점 고지에 올랐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인 1999년 이승엽(삼성)의 득점기록을 이미 3점이나 경신한 상황이다.
서건창은 올 시즌 총 65회의 멀티 히트를 때려내면서 1999년 이병규(LG)의 세운 64경기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승엽, 이종범, 이병규는 모두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살아있는 레전드들이다. 이제 20대 중반에 불과한 영건 서건창이 올해에만 레전드들이 보유하고 있던 대기록을 세 가지나 한꺼번에 갈아치운 것이다.
서건창은 전형적인 노력형 스타의 표본이다. 이승엽-이종범-이병규 등이 데뷔 때부터 초특급 선수로 주목받은 ‘천재형’ 선수들이라면 서건창은 프로 데뷔 때만 하더라도 철저한 무명에 불과했다. 데뷔 팀이던 LG 트윈스에서는 단 1경기만 출전하고 방출되는 아픔도 겪었다.
군복무 이후 2011년 넥센에 신고 선수로 다시 입단해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서건창은 특유의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서건창은 넥센 입단 1년 만에 당당히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며 2012년에는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서건창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타격 폼을 바꾸고 웨이트를 키우는 부단한 노력 속에 해가 갈수록 놀라운 진화를 거듭했다. 6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유망주는 이제 한국프로야구 역대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스타로 성장했다.
현재 서건창은 최다안타와 득점 외에도 타율 0.372로 1위에 올라 3관왕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황이다. 도루(48개)도 2위, 출루율(0.438)은 4위다. 그야말로 올해를 넘어 역대급 톱타자로서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만하다.
최고의 활약에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겪었던 서건창은 이제 어느덧 팀 동료 박병호-강정호를 뛰어넘어 올해 유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서건창 신화는 인간의 재능은 유한하지만 노력과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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