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박 대통령에 세월호 유가족 '피켓 시위'
<현장>유족들 "진상규명 약속했으면서 왜 외면하는가" 눈물 쏟아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가운데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단원고 유가족(이하 유가족)들과 마주쳤지만 별다른 움직임 없이 이들을 지나쳤다.
이날 오전 9시 20분. 세월호 유가족이 점거 중인 본청 현관 앞은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경찰과 취재진 등 약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찰은 현관 양 옆의 유가족 농성장을 에워싸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유가족 30여명은 박스를 밟고 올라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피켓에는 ‘유가족이 절규한다.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 ‘우리 아이들이 하늘에서 울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혀주세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 외면하는 새누리당 각성하라’, ‘가족참여 특별법 제정 안전한 대한민국’, ‘세월호의 진실 못 밝히나요 안 밝히나요’,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을 성역없이 조사하라’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9시 42분경 박 대통령이 마침내 국회 본청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유가족들은 “대통령님 살려주세요”라고 연발 외치며 주의를 끌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본청 내부로 걸어 들어가는 약 10초 동안 유가족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입장하는 동안 수행하는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것.
박 대통령의 만남을 그토록 기다려 온 유가족들은 허망하게 끝났다며 절규했다. 한 유가족은 “대통령이 실실 쪼개고 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이내 “우리 아이들은 아무 죄도 없고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데 왜 버림 받아야 하느냐”면서 오열했다.
다른 유가족도 “진상규명 해주기로 약속했으면서 왜 외면하는가”라며 “살려달라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 해달라는 거잖아”라며 눈물을 쏟았다.
박 대통령이 입장한 이후 여야 의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자 유가족들은 “국회의원들. 여기 보고 가세요”라며 다시 외쳤다.
대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별다른 움직임 없이 본청에 들어갔지만 남인순, 정청래, 오영식, 원혜영, 문재인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의원들은 유가족들의 앞에 서서 그들의 외침을 들었다.
문 의원은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갔다’는 말에 “그냥 손 한 번 잡아주셨으면 국민들이 참 좋아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10시가 지나고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유가족들은 계속해서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한 대한민국”, “성역없는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라”,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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