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으로 힘받은 중국, 한국까지 업고 미국 압박?
‘존재감’드러내고 경제 앞세워 국제규범까지 영향력 발휘 의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번 APEC 회의 자체가 경제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지만 주최국인 중국이 내세운 주제들이 장기적인 외교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강대국인 미국을 상당히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5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한 시진핑 주석은 포괄적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아태지역의 꿈’이라며 추진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FTAA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일종의 ‘광역 FTA'로 미국과 일본이 중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경쟁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도 중국의 FTAAP 추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고, 회원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역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 주도로 수행해온 ‘지역경제통합 역량강화사업(CBNI)'의 2단계 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할 것도 제안했다.
이번 회의 기간 중에 한중FTA를 타결한 한국 정부로서 차후 효과적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도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중국의 역내 경제 주도권 확보전략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음을 표명했다.
중국의 역내 경제 주도권 확보를 상징하는 AIIB는 미국에 대항하는 경제적인 큰 그림으로 향후 양국이 본격 대결구도를 벌일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AIIB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 회의를 통해 안보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경제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도 일단 AIIB 문제에서는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국제규범에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하는 조금 노골적인 압력을 가하는 시기로 접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AIIB 참여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외교전략이 깔려 있는 데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주장하는 AIIB는 다른 아시아 국가는 물론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도로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새로운 실크로드 구상으로서 명분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정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AIIB가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내세운 견제책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AIIB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온 글로벌 금융 헤게모니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으로 ‘북핵 포기’ 전략을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 당장 대범한 선택을 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APEC 회의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과 역사 문제에서는 큰 입장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남은 임기 2년간 미국의 아시아정책의 큰 틀을 제시하는 등 선거 참패를 만회하기 위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박 한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이후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북 핵 위협에 대한 공조 방안, 북한인권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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