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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경기동부연합' 내란음모 아니라고 죄 없나"


입력 2014.11.16 10:05 수정 2014.11.16 10:09        김지영 기자

인터뷰집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통해 "특정 정파 지하당처럼 움직여"

"RO 회합은 당원 모임 아냐. 실상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대오 모임이었을 것"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가 내란음모 의혹의 당사자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경기동부연합의 정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가 내란음모 의혹의 당사자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경기동부연합의 정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 전 대표는 최근 발간된 자신의 인터뷰집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에서 이른바 RO(혁명조직) 합정동 회합 녹취록에 드러난 경기동부연합의 실체에 대해 “내란 음모가 아니라고 해서 죄가 없는 건 아닌 상황”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받아가는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노 전 대표는 “당내에 정파라는 것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은밀하게 존재해온 정파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다. 이제까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정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 사람들은 한 명이라도 (조직의 실체를) 시인한 바 없다”며 경기동부연합이 실존하는 정파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두 시간 안에 130명이 모이는 데는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지난해 5월 RO 회합에 130여명이 모임)”며 “타이트하게 움직이면서 그런 조직이 없다고 얘기해온 것 자체가 문제가 생길 때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이 의원에 대해 “2012년 당대표·비례대표 선거 전까지 이석기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입당도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 임박해서 한 걸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파(경기동부연합)가 지하당처럼 움직였다. 여기에서 오더(Order)를 내리면 이제까지 그것을 다 관철해온 것”이라며 “5월 12일(합정동 모임이 있었던 날)에도 그랬지 않았나. 아무리 현역 의원이지만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사람이 이정희 대표를 한칼에 베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이 의원은 합정동 모임에서 미사일을 쏘지 말라는 이 대표의 의견을 “자기 무기 자기가 쏘는데 왜 쏘지 말라고 하느냐”며 묵살했다. 노 전 대표는 “그날 이후로 당 성명서고 뭐고 다 달라졌다”고 짚었다.

노 전 대표는 또 회합 녹취록에서 드러난 참석자들의 발언에 대해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서 적과 싸운다는 발상은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통진당 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는 당원 모임이 아니다. 실상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대오 모임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란 음모가 아니라고 해서 죄가 없는 건 아닌 상황이다. 국민 세금 받아가는 정당과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국가보안법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합에서 나온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의 자주세력과 북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 적을 무찌른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유일한 기치가 자주’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노 전 대표는 “6.15선언에도 위배되는 반평화적 발상”, “북한이야말로 가장 비자주적 국가”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만 노 전 대표는 이 의원과 경기동부연합의 행태를 통합진보당 자체의 문제로, 나아가 정당 해산으로 몰고 가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헀다.

그는 책에서 “사상에는 사상으로, 신앙에는 신앙으로, 양심에는 양심으로 대응하는 게 민주주의가 가야할 길”이라며 “정당에 대한 평가와 심판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내란음모 사태에 대해서는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 전 대표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변론에서 정의당 쪽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에도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노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 이후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진보세력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까지 않았다.

그는 책에서 진보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 원인이 진보세력의 지나친 관념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만 높게 평가하고 현실주의적 접근을 극도로 경계하는 습성 때문에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정당의 모습을 하고도 탈정당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향이 대중에게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 전 대표는 ‘진보의 재구성’, 낡은 진보를 포기하고 진보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와 반(反)진보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진보와 가짜 진보가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며 “점점 더 진보를 필요로 하는 사회로 가지만 진보 진영은 그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진보를 현실적으로 재구성해 진짜 진보가 국민의 희망이 되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언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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