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보검 "'심은경 선배' 감사하고 많이 배워"
'내일도 칸타빌레' 부진에도 존재감 발휘
"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 하고파"
훤칠한 외모, 밝은 성격, 따뜻한 마음씨. 최근 종영한 KBS2 '내일도 칸타빌레'의 천재 첼리스트 이윤후(박보검)는 '훈남 선배'의 표본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왜 우리 학교엔 윤후 선배가 없나요?"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극 중 여주인공 설내일(심은경)이 "윤후 선배"라고 할 때마다 팬들의 가슴은 요동쳤다.
"'내일도 칸타빌레' 출연만으로 영광"
드라마 한 편으로 여학생들의 선망이 대상이 된 박보검을 지난 10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환한 미소를 짓고, 깍듯하게 인사하며 기자를 반겨준 박보검은 '훈남' 이윤후와 많이 닮은 듯했다. 드라마 종영 후 바쁘게 지냈다는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5회에서 첫 등장한 박보검은 예상외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일본 원작을 워낙 재미있게 봤고, 또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캐스팅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배우들과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친해졌어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따로 만나곤 해요."
'내일도 칸타빌레'에는 심은경, 주원 등 20대 배우들이 출연했다. 올해 22살인 박보검은 이들과 함께한 순간이 행복했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촬영장 가는 게 설렐 정도였죠."(웃음)
'내일도 칸타빌레'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원작이 유명해서 제작진과 출연진은 부담을 떠안고 촬영에 들어갔다. 첫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한국 드라마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설정과 캐릭터가 독이 됐던 것. 시청률도 저조했다. 온갖 혹평에도 조용히 빛을 발한 이가 있었으니. 주인공은 박보검이다.
박보검은 "'내일도 칸타빌레'에 출연한 것만으로 영광"이라며 "반응은 안 좋았지만, 저한테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강조했다.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작가님, 감독님 등 제작진이 윤후를 예쁘게 만들어준 덕분"이라며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윤후는 겉으로는 밝지만, 내면에는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쉬운 듯하지만 복잡한 캐릭터다. 특히 아픈 손 때문에 평생을 함께한 첼로를 포기하는 장면에선 섬세한 내면 연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그러다 극이 흐를수록 음악가인 윤후의 심정을 이해했어요. 윤후가 손을 못 쓴다고 생각할 땐 많이 슬펐죠."
힘든 캐릭터를 소화하게끔 도와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한 팬은 드라마에 나오는 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팬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큰 힘이 됐다. "연기를 하면서 '잘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 팬들이 많은 얘기를 해줘요. 가족, 친구, 회사 식구들도 마찬가지예요.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해주는 게 도움이 됩니다."
윤후가 내일(심은경)을 향해 보여준 순애보도 인기 요인이었다. 다른 사람을 보는 내일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 윤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다. 무엇보다 다정다감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깨달았어요. 만약 제가 윤후라면 처음부터 깨끗하게 물러날 것 같아요. 윤후와 닮은 점은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이에요. 선한 모습도 비슷하고요."(웃음)
박보검은 지난 7회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맘보'를 실감 나게 지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소를 지으며 활기차게 지휘한 모습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퍼져 나갔다. 이 장면은 박보검이 뽑은 명장면이기도 하다. 레슨은 딱 두 번 받았고, 이후 스스로 영상을 보고 터득했다.
"연습을 많이 못 해서 초조하고 긴장했어요. 제작진과 선배들에게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많이 연구했죠.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신 덕분에 멋진 장면이 만들어졌어요." 역시나 겸손한 대답이다.
아쉬운 순간으로는 "모든 장면이 아쉽다"며 "그간 출연한 작품을 보며 부족한 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 하면 할수록 힘들어"
박보검은 영화 '블라인드'(2011)를 통해 데뷔해 '각시탈'(2012), '참 좋은 시절'(2014), 영화 '끝까지 간다'(2014), '명량'(2014) 등에 출연했다. 비중이 큰 역할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배우 박보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거부감 없이 흡수했다.
사실 그의 꿈은 배우가 아니라 가수였다. "노래를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소속사 대표님이 연기자의 길을 권유해주셨어요. 따로 연기 교육은 받지 않았고, 작품을 통해 만난 선배들이 연기 선생님이 돼 주셨어요."
그에게 연기란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이었다. 하나의 캐릭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맡은 건 '원더풀 마마'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많이 설레었어요. 특히 미니시리즈 잖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순발력과 이해력, 분석력 등이 필요한 걸 깨달았어요. 영화나 드라마나 모두 다 어렵지만 다양한 작품을 통해 제 부족한 점을 배우는 과정이 행복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호한다. 지금은 작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우선 이런저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다"고 설명했다. 닮고 싶은 선배로는 모든 선배를 꼽았다. 선배들의 좋은 점을 하나씩 배우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그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훌륭한 선배들과 호흡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얻은 게 많은 드라마죠."
박보검은 인터뷰 내내 '감사'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자신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참 감사하다고 했다. 아무리 심지가 굳어도 흔들리는 게 연예계다. 특히 신인 배우는 항상 겸손한 자세로 연기에 임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관리해야 하고, 마음가짐을 단련해야 하는 힘든 일터에 속해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그는 전했다.
"견딜수 없이 힘든 일은 아직 겪지 않았어요. 다만 '내가 연기를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은 끊임없이 해요. 캐릭터 분석을 제대로 못 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땐 초조해 하는데 그럴 때마다 '잘 될 거야'라고 되뇌며 기도해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에 감사해 하자고 마음을 다잡아요."
22살의 배우에게 나온 대답은 꽤 어른스러웠다. 그에게는 굳은 심지와 소신이 보였다. "일을 하다 보면 제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중심을 잘 잡을 겁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 기본으로 하고 있죠.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자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래답지 않게 진중한 그를 바라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단 한 사람이라도 저를 통해서 힐링 받았으면 좋겠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을 꿈꿔요. 저를 보면서 '참 좋은 사람이구나, 참 착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합니다."
2014년을 바쁘게 보낸 그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팬카페 '보검복지부'를 만든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했거든요. 제가 받은 사랑을 베풀 차례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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