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올해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 이슈와 '땅콩회항' 사건 등으로 인해 한껏 기대했던 최태원 회장의 성탄절특사 희망마저 물거품이 되자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성탄절에도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단 한 차례도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다가 올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서민생계형 범죄자’만 대상으로 한 특사를 단행했으며, 부정부패나 비리 등에 연루돼 처벌을 받은 정치·기업인 등은 특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3·1절 특사, 8·15 광복절 특사 모두 건너뛰는 등 특사를 단행한 지 1년 가까이 지나면서 이번 성탄절에는 특별사면 단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있었다. 특히 지난 9월 황교안 법무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잇달아 ‘기업인 선처’ 가능성을 내비쳐 연말 특사를 위해 여론 동향을 떠본 것이란 관측도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을 뒤엎고 결국 성탄절 특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최근 정치권과 재계에서 발생한 주요 이슈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특사와 같은 새로운 이슈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으로 인해 '반기업·반재벌'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사면을 단행할 경우, ‘재벌 봐주기’라는 여론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포함해 특사 대상으로 거론돼 왔던 ‘재계 3인방’ 중에서도 가장 선처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손꼽혔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정윤회 문건 파문'이나 '땅콩회항'사건 등은 SK그룹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셈이다.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회장이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이재현 회장과 달리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돼 4년의 형량 중 절반 가까이를 복역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탄절 특사가 예정됐다가 취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망’을 언급할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언론 등에서 성탄절 특사를 언급해 왔기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기대감이 없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 전경.ⓒ연합뉴스
사실 SK그룹은 이들 두 사건 외에도 올 들어 국내외적으로 발생한 각종 이슈들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주력 사업인 정보통신(SK텔레콤)과 에너지·화학(SK이노베이션 등) 사업은 각각 단통법 시행과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에따라 지난 9일 4개 주력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교체됐고, 그 중 SK C&C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한 정철길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CEO들은 해당 기업의 실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임원승진 규모도 지난해 141명에서 17%나 축소된 117명에 머물렀다.
유일하게 호실적을 기록한 계열사는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입은 SK하이닉스 뿐이다.
사실상 SK하이닉스가 올해 SK그룹을 먹여 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태원 회장의 부재는 더욱 뼈아프다.
SK하이닉스는 최태원 회장이 현업에 있던 2012년 인수한 기업으로, 당시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정보통신 및 에너지·화학 불황 시기의 SK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 버팀목이 됐다는 게 회사 안팎의 판단이다.
앞으로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언제 되살아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2년 전의 SK하이닉스와 같은 또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게 SK의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집단경영체제 하에서는 기업 인수나 신사업 진출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해 실패에 대한 리스크까지 책임지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건 그렇지 않건, 굵직한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내려줄 수 있는 오너가 없으면 그룹 전체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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