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
중국 대안론은 이상에 불과…일본과 직접 정보공유해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심각
국방부에서는 다가오는 12월 29일경 한국, 미국, 일본 간의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라도 생각한다. 이 순간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한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은 유효한 방어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고, 따라서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동족이라는 점을 고려하거나 미국의 응징보복으로 정권이 멸망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고, 한국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핵무기 사용은 당연히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더라도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북한이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체제유지를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개연성은 낮지 않다.
실제로 북한은 제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3월 27일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성명을 통하여 전략로켓트군과 야전포병군을 “1호 전투근무태세”로 진입시켰다고 발표하면서 “강력한 핵 선제타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채택하면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국가, 다른 말로 하면 한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설정한 상태이다.
국가안보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만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보위할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오히려 늦은 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정보공유는 한국에게 이익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CFC)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정보공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 추가된 사항은 일본과의 정보공유이다. 일본과의 정보공유는 2012년에 추진하다가 반일감정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에서 이것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의 정보공유나 공동대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과의 정보공유를 통하여 누가 이익을 볼까? 당연히 한국의 이익이 크다. 한국은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이 미흡하지만, 일본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한 후부터 미국과 탄도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위한 협의에 착수한 후 자체적인 연구와 검토를 거쳐서 2003년 12월 지상의 PAC-3 요격 미사일, 해상의 SM-3(Block IA) 요격미사일을 획득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2007년 미국의 X-밴드 레이더를 일본 본토에 배치하도록 하여 공유하였고, 2008년부터 PAC-3와 SM-3 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PAC-3 17개 포대, SM-3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을 4척 보유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FPS-3와 FPS-5 레이더를 개발하여 배치하고 있으며, 미국의 X-밴드 레이더도 2식(式, 시스템의 단위)을 공유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한 자체의 지휘통제체제도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일통합운용조정소”(BJOOC)라는 기구를 신설하여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방어에 관한 양국의 공조를 보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2009년 4월, 2012년 4월, 2012년 12월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할 때 그들의 방어능력을 시험하기까지 했다. 일본은 2017년까지는 기본적인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 하에, 앞으로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 4척을 추가하고,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여온 요격고도 500km의 SM-3 Block IIA도 2017년까지 완성하여 2018년경에는 군부대에 인계한다는 계획이다. 한단계 격산된 FPS-7 레이더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고, 일본은 이와 같이 엄청난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면, 정보공유를 통하여 누가 이익을 볼 것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인적정보자산(Humint)을 이용한 정보 이외에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겠지만,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는 한국이 킬 체인(kill-chain)으로 설정한 "탐지 → 식별 → 결심 → 타격”의 전 단계에 걸쳐서 상당할 것이다.
제발 “미국 MD 참여”라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이번에도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보공유 약정이 “미국 MD” 편입으로 연결된다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필자가 여러 논문과 기고문을 통하여 설명하였지만, “미국의 MD” 편입이나 참여라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우선, 김관진 국방장관이 2013년 11월 언론에 설명하였듯이 미국이 그러한 요구를 해온 적이 없다.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가 한국의 참여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핵심 방어자산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30기(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2017년까지 14기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의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 Ground-based Interceptor)과 해상에 있는 SM-3 미사일이다. THAAD나 PAC-3 요격미사일은 해외주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소위 'MD'(한국 이외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BMD라고 말한다)에 편입 또는 가입한 것으로 말하지만, 어느 국가도 그와 같이 평가하지 않는다. 일본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도 미국의 본토를 향해 공격해오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다. 일본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는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고, 그를 위한 기술, 장비, 정보, 지휘통제와 관련하여 미국 또는 주일미군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고도 말하지만, 최근의 THAAD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 지레짐작이거나 잘못된 상식에 기인한 과정이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미국을 향하여 발사하는 대륙간탄도탄은 한국 상공을 지나가지 않아 요격의 범위 자체에 들어오지도 않고, THAAD의 경우 요격고도가 150km에 불과하여 고도 2000km 이상을 비행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 없으며, 레이더도 1000km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지상발사를 탐지하는 목적이 아니라 인공위성에서 하달된 정보에 근거하여 공격해오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하여 요격하도록 하는 목적으로서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수 없다. 더군다나 중국이 불쾌해할까봐 우리에게 필요한 조치를 자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방어책을 강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북한 핵미사일에 대하여 한국을 무방비 상태로 두려는 불손세력들의 사주를 받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다른 복안이 있다는 것인가?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할 경우 당연히 한국, 미국, 일본은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책을 강구하며, 그럼으로써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폭발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미·일이 이와 같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자제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억제효과도 높아질 것이다.
대일관계에 대한 이성적 접근 필요
국민감정을 고려하여 차선책을 고심해온 국방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일본과 직접적인 정보공유를 추진하지 않고, 미국을 통한 간접적 정보공유라는 편법을 선택해야하는 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일본을 믿지 못해서인가?
국방부는 현재 29개국과 정보공유를 위한 협약을 맺고 있다고 한다. 2001년 러시아와도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였고, 2012년에는 중국에 대하여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해둔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러시아나 중국보다 일본을 더 믿지 못한다는 것인가? 이 기회에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를 냉정하게 재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형식적으로 볼 때 일본은 한국과 간접적인 동맹관계에 있다. 한국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일본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를 수용하였고, 냉전에서 공산주의 침략에 함께 맞서서 대항한 우방이다. 한국과 일본은 무역 및 상호방문이 다른 어느 국가와의 관계보다 활발하다.
국민들이 일본에 대하여 경계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과거에 일본은 한국은 침탈했고, 우리 민족에게 온갖 굴욕을 강요하였으며, 독도에 관한 시비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현 아베 총리는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 같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 듯이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우방이 되고,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 오로지 강력한 국력과 국방력만이 국가의 독립을 보장해준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국제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든 국가의 독립을 보전할 수 있는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익차원에서 일본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한 선택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 결과 잠재적국일 가능성이 있다면 경계태세를 강화해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방국 관계를 유지해야할 것이고, 당연히 다른 국가와 유사한 정도로 필요한 정보를 교류해야할 것이다.
미국은 70년 전 독일과는 유럽전역에서, 일본과는 태평양 전역에서 서로의 군대들을 대량으로 살육하는 참혹한 전쟁을 치뤘다. 전쟁 후 미국은 독일과 일본에게 복수를 하는 대신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여 그들을 발전시켰고, 우방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로 미국은 현재 독일과 일본이라는 맹방을 갖게 되었고, 이들은 미국이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을 계속 경원시하는 것이 최선일 것인가? 오히려 일본과 긴밀한 우방국관계를 유지하고, 협력의 관행을 누적하는 것이 역사의 재발을 막는 더욱 현명한 대안일 수 있지 않을까? 일본과 협력해야 그들의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고, 나쁜 행동도 예방할 것이다. 두려움과 경계로는 역사의 재현을 막을 수 없다.
중국 대안론은 위험
일부의 사람들은 일본보다는 중국을 더욱 가까이해야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일본에 대한 의심과 경계가 클수록 이러한 경향이 증대될 수 있고, 전혀 일리가 없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반도를 가장 빈번하게 침략했고, 가장 오래 지배력을 행사했던 것은 중국의 국가들이었다. 한민족이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900여회의 침략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몇 번을 제외한 대부분은 중국 방향에서 왔다. 지금도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하여 고구려 역사 지우기를 추진하고 있고, 2013년 11월에는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도 하였다.
2010년에 있었던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서도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일본과 달리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책임론과 북한에 대한 제재를 끝까지 반대하였다. 지금도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국제적 경제제재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도 정보교류를 제안하면서 우방국인 일본과 정보교류만은 미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만 시행하겠다는 것인가?
역사문제,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로 인한 국민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아베정권이 들어선 이후 역사에 대한 수정주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고, ‘집단적 자위권’이나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하여 팽창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당연히 일본이 시정해야할 사항이 많고,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여 중국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일본을 경원시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럴수록 우리는 일본과 우방관계를 유지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과의 협력관계, 나아가 한·미·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하여 일본이 과거의 길로 나가지 못하도록 예방해야하는 것 아닐까? 필요한 정보공유도 하지 않아서야 어떻게 일본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보공유를 한다고 하여 한국이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일본에게 내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괜찮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일본에게 주고, 일본도 그렇게 할 것이다. 국방부의 설명대로 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에 관한 정보만 공유한다고 한다. 우방국과 필요시에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못하면서 세계화된 이 시대에 어떻게 국가안보를 보장한다는 것인가?
한말의 교훈 되새겨야
1880년 당시 주일 청국 대사관의 참찬관이었던 황준헌은 조선의 상황을 우려하면서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조선책략'(朝鮮策略)을 당시 수신사로 일본을 방문하였던 김홍집에게 건네준 적이 있다. 이 글에서 황준헌은 조선을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세계사람들이 조선이 위태롭다 하는데 조선인들만 절박한 재앙을 알지 못하니, 집에 불이 난지도 모르고 재재거리는 처마 밑 제비나 참새 꼴과 무엇이 다르겠소”라는 말이다. 결국 조선은 황준헌의 우려대로 강대국 각축의 격량을 이기지 못하여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지금의 상황은 어떠할까? 중국과 미국의 세력각축은 더욱 격심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로 인한 불안요소도 적지 않다. 일본도 군사력 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말에 비해서 한국의 국력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일 뿐만 아니라 한국은 북한의 위협까지도 상대해야 한다. 북한은 110만 정도의 대규모 군대로 수시로 도발을 일삼고 있고, 최근에는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반일감정이나 근거없는 ‘MD 참여’ 의혹으로 국제적 협력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한말과 크게 다를 것인가?
잘못된 역사를 갖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가 있었더라도 교훈을찾아내어 재발을 방지하면 차선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일은 감정, 오해, 불신에서 벗어나 국익 차원에서 냉철하게 판단하여 처리해야 한다. 그래도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데,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죽 필요했으면 국방당국이 미국을 통한 간접적인 정보공유 방법까지 생각해냈겠는가?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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