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련 당권 주자의 특명 "정세균 잡아라"
가장 많은 대의원 밀집한 정세균 의원 출신 지역 '전북' 표심잡기에 박차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 당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투톱’ 후보 문재인·박지원 의원이 ‘정세균 잡기'에 본격 나섰다. 당초 ‘빅3’로 손꼽히던 정세균 의원이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하면서, 정 의원의 표밭인 전북 민심이 누구에게 가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 의원은 8일 예비경선 후 첫 일정으로 전북을 방문하고 이틀 동안 고창시장과 군산 이성당 빵집, 전주 막걸리집을 거쳐 김제, 익산 등을 돌며 당원 및 일반 시민들을 만나는 일정으로 전국순회 행보를 시작했다.
문 의원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의 변화와 승리가 전북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판단에서 전북을 첫 출발점으로 삼았다”며 “전북 방문은 당의 변화와 승리의 흐름을 더욱 크게 일으키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원의 ‘전북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 18일 전북을 가장 먼저 찾아 1박2일 일정으로 민심 잡기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 “아직 마지막 결심을 남겨둔 상태인데, 전북을 방문한 뒤 올라가서 최종 결심을 할 것”이라며 전북의 무게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전북 방문 4일 후인 22일 목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으로 거의 마음이 정리됐다. 당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보고 싶다”며 사실상 출마에 대한 입장이 결정됐음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난 30일 당대표 공식 출마선언 이후 첫 행사였던 ‘스토리 있는 당원과의 희망회담’에는 ‘군산 3대 가족당원’을 직접 초청했으며, 8일 전북 방문 일정에서 당시 참석하지 못했던 해당 가족들을 만나 당에 대한 바람을 경청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정세균계 인사들의 선거캠프 합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의원 측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나온 명단에는 (정세균 계)사람이 없지만, 곧 추가된다”며 “계속 이야기가 됐으며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의원은 후보등록마감일 직후인 지난 31일 첫 일정으로 전북행을 택했다. 당시 정 의원의 지지 모임인 ‘국민시대’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불출마 선언을 한 정 의원이 전날 국민시대를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예의상’ 일정을 취소했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아직 일정을 짜고 있다. TV토론회 등 여러 일정이 있는데, 중간중간에 일정을 넣을 것”이라며 향후 전북을 재방문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당시 전주에서 간담회를 연 박 의원은 “이 지역이 배출한 지도자 정세균 대표와 적극 협력하고 정동영 후보도 당에 남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 의원 표심 끌어오기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지난 5일에는 전북도당 단배식에 참석해 정 의원과 당원들을 만난 후, "심성 좋고 맑으신 분은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는 말로 문 의원의 당대표 출마 포기를 우회적으로 종용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빅2’가 전북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전국에서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곳으로, 새정치연합의 당원 대비 25%를 차지하는 6만 명이 모여있는 ‘최대 핵심지역’이기 때문이다.
앞서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확정한 룰에 따라 선거인단의 30%가 권리당원으로 구성되는데, 전북은 정 의원의 출신 지역인데다 정 의원의 최대 사조직인 ‘국민시대’가 위치한 지역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들이 저마다 ‘정세균 표 끌어오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아울러 호남 지역 중 전북에서 가장 약한 지지세를 보이는 박 의원의 경우, 국민여론조사와 일반당원 투표로는 사실상 문 의원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는 만큼, 대의원과 권리당원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다 권리당원 밀집 지역이자 정 의원의 불출마로 유동성이 커진 전북 표심을 먼저 끌어안는 것은 당선의 선결조건일 수밖에 없다.
한편 문 의원은 이날 오후 전북 고창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시장상인들과 지역주민을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 때 호남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았으며 또 지난번 대선 때도 내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 단결된 힘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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