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김용판 무죄, 권은희 공천할 땐 예상 못 했나


입력 2015.02.01 10:05 수정 2015.02.01 10:16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고법까지 일관된 재판 결과 무시한 무리수 누가 책임질건가

권은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후보자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7.30 재보궐선거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장 수여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국회의원)을 광주 광산을에 공천하기로 결정했을 때 당내 의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헐’이었다.

공천에 찬성했던 쪽도 지도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조하진 않았다. 시기도 문제였고, 전략공천이라는 방식도 문제였다. 당시 한 최고위원은 “얼마 전에 경찰직을 사퇴했는데 바로 출마하면 진정성의 의심받지 않겠느냐. 조금만 더 참다가 20대 총선 때 비례대표 1번으로 선거운동 전면에 내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재보선 출마를 확정짓기 불과 열흘 전 경찰직을 사퇴한 상황이었다. 권 의원은 지난해 6월 30일 경찰을 사직하며 “7.30 재보선 출마에 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서 “나는 우선 중단했던 학업을 계속할 생각이고, 시간을 갖고 시민사회 활동과 변호사 활동을 계획하려고 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당내 누구도 권 의원의 폭로로 진행 중이던 재판을 문제 삼지 않았다.

2013년 권 의원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가정보원 댓글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수사 결과를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당 지도부도 권 의원을 공천하기에 앞서 김 전 청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김 전 청장은 지난 29일 상고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고, 권 의원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물론 권 의원은 사법부가 무책임한 판단을 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 전 청장의 무죄 확정은 검찰의 부실한 혐의 입증과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라는 것.

권 의원은 오히려 모해위증 혐의와 관련해 자신이 피고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을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자료를 확인하고 재판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또한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새정치연합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공작 저지 특별위원회’ 소속 신경민·진선미·은수미 의원은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대법원마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이런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받아 ‘용판무죄 은희유죄’를 확신하며 권력 앞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사법부에 의해 김 전 청장이 면죄부를 받았다. 정치검찰에 이에 정치법원이라고 하는 오명을 법원이 썼을 뿐”이라면서 “이로 인해 내부고발로 진실을 알리려했던 권 의원에게 검찰의 칼날이 향하게 됐다. 야당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야당 탄압으로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권 의원이 모해위증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무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사법부의 판단은 반박의 여지조차 사라진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김 전 청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뒤에, 또는 권 의원이 피고인 신분으로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한 뒤에 권 의원을 공천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라곤 권 의원의 말뿐인 상황에서 권 의원의 말만 진실로 단정하고, 재보선 패배까지 감수하며 전략공천을 택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꼭 그렇게 급하게 재판이 진행 중인,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를 권 의원을 ‘진실의 아이콘’으로 포장해 선거에 내세워야 했을까.

새정치연합은 권 의원을 공천함으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떠안게 됐다. 통상 기소부터 1심 판결까지 6개월, 다시 1심 판결에서 항소심 판결까지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권 의원이 모해위증 협의로 기소될 경우 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김 전 청장에 대한 판결의 일관성을 고려하면, 결정적 증거가 추가로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도 권 의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새정치연합의 총선 승리도 낙관하기 어려워진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건 새정치연합의 업보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