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 문재인보다 무거운 박지원 어깨의 짐
전대 과정 '룰 변경' 논란 지지층 분열 '통합' 위한 역할론 강조
박지원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정권교체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지난 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의 정견발표를 지켜보던 한 당직자는 “내가 대선 때부터 문 후보의 연설을 봐왔지만, 지금까지 본 연설 중에 가장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앞선 연설들이 국어책을 읽는 듯 부자연스러웠다면, 마지막 연설은 억양과 강세 조절이 자연스러웠고, 무엇보다 표정과 목소리에 자신감과 호소력이 묻어났다는 평가이다. 대의원들의 호응 역시 뜨거웠다. 오히려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강세가 점쳐졌던 박지원 후보의 연설 반응이 초라할 정도였다.
지난 1개월여 동안 문 대표에게 박 의원은 가장 좋은 스파링파트너이자 페이스메이커였다. 박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론, 친노 책임론 등을 내세워 문 대표를 상대로 총공세를 펼쳤다.
박 의원의 이 같은 전략이 결과적으로는 문 대표의 정치적 맷집을 키워줬다. 일각에서는 상대가 박 의원이 아니었다면, 문 대표가 마지막 모습만큼 성장하지 못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내 한 관계자는 “상대가 워낙 강하다보니 문 대표도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8 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 경선이 문 대표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이제는 다른 측면에서 박 의원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다. 문 대표의 리더십 확보도 중요하겠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룰 변경’ 논란, 영·호남 지역갈등, 계파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박 의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박 의원이 문 대표에 협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분열을 막자는 제안을 거절할 명분이 없을뿐더러, 새 지도부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역풍을 초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박 의원은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에 불과 3.41%p 차로 석패한 박 의원은 개표결과 발표 후 행사장을 나서면서 “당연히 승복한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계파정치가 청산돼야 한다는 것을 우리 당원과 국민들이 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문 신임 대표가 잘하리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현 상황에서 박 의원에게 기대되는 구체적인 역할은 먼저 본인의 지지층을 추스르는 일이다. 경선 결과에 후보가 승복하는 일과 후보의 지지자들이 승복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룰 변경’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 의원을 지지하는 일부 지역위원장들은 직전 지도부의 전면 퇴진까지 요구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의 박 의원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이 분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박 의원은 지금껏 도와줬던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아직 다음 행보를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만) 하루이틀 후면 활동을 재개할 것이다. 협조를 하고 말고를 떠나서 박 의원은 당을 깨고, 분열해선 안 된다는 걸 누차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박 의원 역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앞으로도 강한 야당, 정권교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며 새 지도부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박 의원, 이인영 의원을 끌어안기 위한 문 대표의 적극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표와 박 의원의) 득표율이 3.5%p 정도 차이였고, 만약 국민 여론조사가 없었으면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문 대표는 앞으로 당원들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추스르는 것이 상당한 과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최고위원은 이어 “(문 대표는) 지금이라도 바로 박 의원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고 협조를 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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