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라이커 기성용, 제라드 빠질 리버풀행도 가능
득점포에 불 붙은 기성용 가치 급상승
제라드 못지 않은 멀티 포지션 소화
'기라드' 기성용(26·스완지시티) 득점포가 식을 줄을 모른다.
기성용은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토트넘과의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 나세르 차들리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0-1로 끌려가던 전반 19분, 절묘한 각도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스완지 시티는 후반 들어 라이언 메이슨, 안드로스 타운젠드에 연속골을 내준 끝에 2-3으로 졌지만 기성용의 득점력은 스완지 시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면서 확실한 주득점원이 됐다. 또 박지성(34)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한 시즌 한국인 최다골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박지성은 2006-07시즌과 2010-11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5골씩 넣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기록한 골이어서 더욱 값지다. 위치는 포메이션에 따라 조금씩 바뀌지만 공격 1선은 아니다. 2선에서 활약하면서도 팀내 최다골을 넣는다는 것은 그만큼 기성용의 골 감각이 탁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탁월한 득점감각·마스터급 패스
스완지 시티는 토트넘을 맞아 다소 생소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기성용은 4-2-3-1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이 오른쪽 2선 미드필더로 나왔지만 정작 그가 골을 넣은 곳은 왼쪽이었다.
기성용은 전반 19분 닐 테일러의 패스를 받아 골지역 왼쪽 엔드라인 부근에서 반대편을 보고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골을 기록했다. 각도가 좁은 상황 속에서도 기성용의 침착한 마무리가 빛났다.
좁은 각도에도 침착하게 마무리를 하는 모습은 전문적인 골잡이라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기성용의 물오른 득점 감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기성용은 호주서 벌어졌던 ‘2015 아시안컵’ 을 다녀온 뒤 복귀전이었던 선덜랜드전에서 4호골을 넣은 뒤 최근 5경기 3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성용의 마스터급 패스는 여전히 스완지 시티의 큰 힘이다. 축구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을 92.9%로 집계했다.
기성용에 대한 호평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기성용은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7.2점을 받으며 길피 지구르드손(8.09점)에 이어 팀내 2위에 올랐다. ‘스카이 스포츠’ 역시 지구르드손과 함께 평점 7점을 매겼다. 이날 토트넘과 스완지 시티 선수의 평점에서 7점이 최고였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득점포 가동, 스완지 2선 공격력의 중심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2선 미드필더로서 득점 기회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간헐적인 공격 가담 속에서도 골을 넣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통계에 따르면 기성용은 단 22개의 슈팅 가운데 6골을 만들어냈다. 슈팅 4개 가운데 한 골은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또 올 시즌 득점 분포를 보면 기성용은 영양가 만점의 골을 넣고 있다. 6골 가운데 2골이 맨유전에서 나왔다. 공식 개막전에서 기성용은 전반 28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데뷔전을 치렀던 루이스 판할 감독을 울렸다. 5호골 역시 0-1로 뒤지던 전반 30분 왼쪽 크로스를 감각적인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동점골을 만들어내 2-1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기성용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스완지 시티는 5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다가 토트넘전에서 처음 패배를 당했을 정도로 소속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덜랜드전과 맨유전에 이어 토트넘전까지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에 활력까지 불어넣고 있다.
현재 스완지 시티는 윌프레드 보니를 맨체스터 시티에 내주면서 공격진 힘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공격의 힘이 떨어져 득점력이 낮아진 상황이라면 다양한 득점 루트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기성용이 미드필더로서 골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게리 몽크 감독에게 큰 힘이 된다. 이른바 '미들라이커'의 탄생이다.
이와 함께 기성용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기성용은 2015-16시즌이 끝나면 스완지 시티와 계약이 끝나게 된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스완지 시티와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한다.
이처럼 스완지 시티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기성용이라면 굳이 스완지 시티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스완지 시티라는 '좁은 집'에서 벗어나 좀 더 큰 클럽으로 갈 수도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수 랭킹에서 미드필더 가운데 17번째 순위에 올라있는 기성용이라면 수비형 미드필더를 간절히 원하는 팀의 영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즌이 끝난 뒤 LA 갤럭시로 떠나는 스티븐 제라드 때문에 중앙 미드필더 강화가 필요한 리버풀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제라드도 원래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처진 스트라이커와 오른쪽 측면 등 다양한 포지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현재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기성용도 제라드와 상당히 흡사해 리버풀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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