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논의도 못해보고 초치는 정치권에 망치는 언론
<칼럼>정쟁으로 임진왜란 초래한 조선의 전철 밟을건가
안보엔 여야가 따로 없어야하는데 벌써 쟁점화 부추기기
결국 정치쟁점화
기어코 사드(THAAD·고고도 요격미사일)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일부 인사들의 사드에 관한 잘못된 주장으로 인하여 그 동안 한국 사회는 상당한 혼란을 겪었으나 다행히 쟁점들이 정리되어가는 도중에 있다. 사드가 중국의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니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것이라도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우리의 안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하자, 야당에서는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언론에서는 여권 내부 또는 여야의 정잼으로 이 문제를 몰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힘주어 말한다. 다른 문제는 몰라도 안보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가 없다고.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최근에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안보문제도 소속 당에 따라서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드에 관한 사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생존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가의 명운과 우리 모두의 생사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정치적 이해에 따라서 의견을 다르게 갖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임진왜란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말한다. 서인이면서 정사인 황윤길은 일본이 침략할 것이라고 말하였지만, 동인의 분파인 남인이면서 부사인 김성일은 당파적인 이해관계에 의하여 황윤길과 반대되는 말을 했고, 따라서 조선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였다고. 그만큼 당파싸움은 무섭다고. 지금이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과 얼마나 다를까?
사드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 결산
사드에 관한 논의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요청하지도 않은 가상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로서, 그 생산성이 크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하여 드러났고, 대부분이 공감을 갖게된 사항은 적지 않다.
첫째, 사드는 요격고도가 150km 정도이고, 사거리는 200km 정도로서 중국의 대륙간탄도탄을 요격할 수는 없다.
둘째, 사드가 구비하고 있는 X-밴드 레이더의 경우 최고 2,000km 정도를 탐지할 수 있으나 실제로 운영되는 거리는 그보다 적고, 따라서 중국의 대륙간탄도탄 발사를 탐지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셋째,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고자 원하고 일부 실사를 한 적은 있으나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실은 없다.
위 세가지 사실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야당의원들도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의의 계기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동안의 논의가 전혀 무용하지는 않은 셈이다.
이제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을 경계할 필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드에 관한 다수의 사실이 규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판단된다. 사드가 실제로는 중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안의 추진은 한중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둘째, 미국에 유리한 결론을 즉각적으로 내리는 것이 못내 꺼려진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혈맹으로서 주한미군까지 주둔하여 한국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게 불편함을 주는 점도 있고, 외세가 주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라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리퍼트 주한 미 대사에 대한 테러 이후로 한미관계가 더욱 공고화되는 기미를 보임에 따라 반미 성향의 국민들은 좌절감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사드에 대한 반대가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가장 경계해야할 사항인데, ‘확증편향’(確證偏向)의 증상일 수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이 주장하던 내용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계속하여 원래 주장을 고집함으로써 오류에 빠지는 경향을 말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러한 측면이 적지 않고, 사드에 관한 최근의 논란에 상당할 정도로 확증편향이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잠시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의 감정과 사고의 객관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내가 사실에 근거하여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지. 이러한 점에서 공론화를 잠시 미루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은 일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출구전략의 고민과 시행이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애매한 입장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국방부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말하지만, “전략적 모호성”은 그것이라고 말한 이후부터는 그 효과를 가질 수 없다. 이제는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이 옳으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되느냐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노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하는 마음에서 출구전략과 관련하여 몇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제기된 사드 문제는 한국의 사드 구입 여부가 아니라 주한미군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드 배치를 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이 필요한 장비를 들여오고 나가고 할 때 한국에 의무적으로 알려주거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동맹의 정신에 입각하여 서로가 협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주한미군이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사드를 도입하는 것을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를 허용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주한미군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어야할 것인데, 그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의 사드 구매 여부는 미군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면 이를 가까이에서 평가한 후 더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시간적 여유를 갖고 검토해야할 것이다.
둘째, 사드에 관하여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논의하는 것은 세부관리(micro-management)의 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가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할 것을 정치권에서 나섬으로써 군의 전문영역을 침해하고, 결과적으로는 분업의 정신을 무너뜨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치권에서는 국방의 제반 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결정권은 사안별로 정해져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방부장관의 인준에 관한 청문회를 실시하고, 예산을 조정하며, 우려되는 바에 관하여 조언을 하지만, 군사의 세부적인 사항은 군대가 결정하는 것이다. 문민통제(civilian control)라고 하여 정치권이 군의 모든 사항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군으로 하여금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대신에 군의 전문영역은 인정한다는 약속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셋째, 언론도 사드 문제를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으로서, 사실과 전략적 판단에 근거하여 결정해야지, 여론에 의해서만 결정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가 중국과 미국 간의 전략적 경쟁을 초래할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다면, 이제는 국익 차원에서 우리가 지혜롭게 이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사드 논란으로부터 교훈 도출, 시정
사드에 관한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그 동안의 논란에서 필요한 교훈을 도출할 필요도 있다.
첫째, 루머의 해악성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가 큰 문제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유언비어”라고 말하고, 서양에서는 “루머”(rumor)라고 말하는데, 할신(Jayson Harsin)이라는 학자는 “루머폭탄”(Rumor Bomb)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루머가 어떤 불손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용될 때 폭탄처럼 피해가 클 수 있다면서 경계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현재 어떤 정치적 이념에 근거하여 사실을 고의적으로 왜곡하여 전파함으로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적지 않고, 인터넷의 발달로 루머폭탄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2002년 6월 13일에 발생한 동두천에서의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 천안함 폭침 등에 관하여 상당한 루머폭탄이 투하되었고, 이로써 한국 사회는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사드에 관한 것도 루머폭탄의 성격이 적지 않고, 이것이 한중관계와 한미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모르는 사이에 루머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옆의 사람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파하고 있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해온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 것은 동일하지만 대비태세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공격해올 때 방어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고자 상당한 기간에 걸쳐 집중적이면서 일관성있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 결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도록 PAC-3 17개 포대, SM-3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4척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자체 개발한 FPS-3와 FPS-5 레이더와 미국의 X-밴드 레이더도 2식(式, 시스템의 단위)을 배치해두고 있다. 수년 내에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 4척을 추가하고,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여온 요격고도 500km의 SM-3 Block IIA도 2017년까지 완성하여 2018년경에는 군부대가 인계받도록 되어있다.
특히 일본이 이러한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할 때 중국은 그다지 반발하지 않았고, 중국의 일부 인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지만, 일본은 이를 전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중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으나 한국의 단호하지 못함이 중국의 간섭을 허용해온 측면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셋째, 북한 핵위협의 위험성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2월 24일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Joel Wit)는 북한이 보유한 현재의 핵무기 규모를 10∼16개로 전제한 상태에서, 북한이 최고 속도로 핵무기를 증강할 경우 2020년에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한 후 탄도미사일에 탑재하여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경량화”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지만 아직 이를 반신반의하지만, 세계의 일반적 추세는 그렇지 않다. 우라늄으로 핵폭탄을 계속하여 제조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동일한 크기로 위력을 2-5배 강화시키는 증폭핵분열탄도 시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움은 못줄망정 방해는 말아야
현재 상태에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한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대응책은 충분하지 않다.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한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을 경우 ‘킬 체인’을 가동하여 선제타격하고, 그래도 공격해오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로 공중에서 요격하겠다는 개념을 정립하고는 있지만, 그의 실행력은 신뢰할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하기 위하여 단기간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이고, 여기에는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생각 차이도 개입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려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북한의 핵위협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고, 군대가 어떤 조치를 강구하려고 하면 전쟁을 부추긴다고 말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국에서 폭발하면 그들은 살아날 방도가 있다는 것인가?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에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방해는 말아야 할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hrpark55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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