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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정부 수습 나섰지만 여전히 '시한폭탄'


입력 2015.03.13 08:56 수정 2015.03.13 09:01        하윤아 기자

정부-교육청 재원 확보 이견 여전한데 계속 땜질 처방만

정효정 교수 "성급하게 시행된 누리과정, 전반적으로 재고해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0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육대란’ 우려를 낳았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 부족 사태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10일 여야 정치권이 국고지원 예산 집행을 합의하고, 정부가 예산이 바닥난 시·도교육청에 예비비를 배분하는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진 모양새다.

우여곡절 끝에 예산 재편성이 가능하게 됐지만, 누리과정 예산 조달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 정부가 제공키로 한 예비비 5064억 원은 두세 달 치 예산에 불과해 오는 6월이면 보육대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와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갖고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국고지원예산 5064억 원 집행을 4월 중에 동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지난해 말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부족 예산 1조 7657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정부의 목적 예비비로 지원하고, 나머지 1조 2593억원은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토록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지방재정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발되고, 정부는 개정안의 우선 통과 입장을 고수하며 누리과정 우회지원 명목의 예비비 5064억원의 지급을 미루면서 보육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의 예비비 지원을 감안해 누리과정 예산을 2월까지만 편성한 광주교육청은 물론, 3월까지만 예산을 편성한 서울·인천·제주·강원·전북 등 일부 교육청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회를 찾아 예산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편, 정부에 신속한 목적예비비 배분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여야가 극적으로 오는 4월 임시국회에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보육대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기재부 “지방채 발행 약속해야 국고 지원” VS 교육청 “재정난 심한데...”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현재 오는 4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된 후에 누리과정 예비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을 약속할 경우 예비비를 선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부 지급’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실장은 11일 누리과정 예산 논란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안 통과에 맞춰 목적예비비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굳이 (예비비 지급을) 한다면 4월에 지방재정법 개정 전이라도 지방교육청에서 지방채 발행을 약속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예비비 지원에 앞서 시·도교육청이 4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방채를 발행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실제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청이 재정 마련을 위한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면 지방재정법 통과 전이라도 예비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과정 예산을 3~4개월 치만 편성해 벼랑 끝에 몰린 광주 등 6곳의 교육청에 예비비를 선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해당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교육청은 지방채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교육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재정난이 심화돼 학교 교육여건 개선이나 시설비 등 기본적 교육 사업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실 교육의 폐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4월 지방재정법이 개정된다 해도 교육감들이 지방채 발행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예비비 땜질’ 이후 또다시 관련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제2의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현장 “학부모와 누리과정 교사들의 애타는 마음 알기나 하는지...”

반복되는 누리과정 예산 논쟁에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물론 일선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은 답답함과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서 향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지, 보육교사들은 월급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박신애 광주시어린이집총연합 대표는 12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교육 현장에서 직접 전해들은 학부모들의 보육대란 우려와 누리과정 교사들의 걱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 대표는 “왜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불안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학부모님도 계시고, 정부와 교육청은 왜 이렇게 불안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고 실제 학부모들이 보육대란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선생님들도 걱정이 크다”며 “누리과정 담임을 꺼리는 상태고 교사들의 사기도 정말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왜 3월에 광주시 학부모들과 누리과정 교사들이 애타는 마음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리 가늠할 수 있었던 것인데 예산을 짜지 않은 것은 교육청의 잘못”이라며 3월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광주교육청에 쓴 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정효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중원대 복지학과 교수)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해주겠다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누리과정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정부와 교육청이 이견을 줄이기 힘들다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행된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상황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겠지만, 누리과정 수당을 줄이는 것을 제안할 수도 있다”며 “선택적·선별적 접근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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