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가 팀 승리에도 웃음을 짓지 못했다. 바로 자신의 득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16일(이하 한국시각),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서 열린 ‘2014-15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반테와의 홈 경기서 2골을 몰아친 가레스 베일의 활약에 힘입어 2-0 승리했다.
이로써 연패 사슬을 끊은 레알 마드리드는 21승 1무 5패(승점 64)째를 기록, 리그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65)를 바짝 추격했다. 양 팀은 23일 오전 5시, 바르셀로나의 홈 캄프누에서 세기의 맞대결 ‘엘 클라시코’를 펼친다.
호날두 입장에서는 지독하게도 골과 인연이 없던 경기였다. 전반 17분, 호날두의 멋진 바이시클킥이 골대를 맞았고, 이를 다시 이어 받은 베일이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선취골을 올렸다. 베일 입장에서는 9경기 만에 넣은 골이라 기쁨이 배가됐다.
전반 40분도 마찬가지였다. 호날두는 루카 모드리치의 환상적인 스루패스에 이은 카르바할의 땅볼 크로스가 배달되자 주저 없이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베일의 발끝에 살짝 걸린 슛은 각도가 바뀌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연히 득점은 베일의 것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호날두의 반응이다. 호날두는 선제골이 들어갔을 당시, 자신의 슈팅이 골대에 맞은 것에 분개했고, 베일의 리바운드 골이 나왔음에도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쐐기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축하해 주러온 동료들과 포옹했지만 이미 자신의 골이 아닌 것을 직감한 듯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자주 지켜본 축구팬들이라면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호날두는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 않는다면 동료가 누구든 버럭 화를 내기 일쑤다. 또한 팀이 득점 했어도 자신의 골이 아니라면 먼저 다가가는 모습조차 쉽게 볼 수 없다.
득점 침묵이 계속되면 플레이 자체에 짜증이 묻어나는 경우도 있다. 상대 선수 가격으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던 코도바전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스페인 현지에서는 리오넬 메시의 골 추격이 시작되자 초조해진 호날두가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칫 오만하고 이기적인 선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는 호날두가 가진 매력 가운데 하나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호날두의 골 욕심과 승부욕은 그를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한 결정적 요인이다.
팀의 전술도 호날두 중심으로 꾸릴 수밖에 없다. 결과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골이 승리 보증 수표와 같았다. 레알은 호날두가 득점했을 때 무려 승률 80.8%(21승 2무 3패)을 기록 중이다. 반면, 호날두가 침묵한 10경기에서는 승률이 50%(5승 1무 4패)로 뚝 떨어진다. 심지어 골이 아닌 어시스트만 올려도 83.3%(25승 2무 3패)의 경이적인 수치로 올라간다.
따라서 호날두의 득점이 반드시 필요한 레알 마드리드이지만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꾸준히 제기되는 감독의 경질설과 동료선수들의 부진이 그것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전임인 조제 무리뉴 감독에 비해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전술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물론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부진에 빠진다면 언론의 화살은 곧바로 감독에게 향한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는 올해 들어 호날두의 득점 페이스가 주춤하면서 팀 성적도 하강곡선을 그렸다. 그러자 스페인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첼로티 감독의 팀 장악력에 의구심을 표했다.
가레스 베일의 최근 부진도 호날두의 득점 욕심과 궤를 함께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일은 자신이 슈팅을 시도해야하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패스를 제공하려다 빼앗기는 모습을 종종 노출했다. 이는 꾸준하게 득점을 올리며 제 역할을 다하는 카림 벤제마가 오히려 대단해 보일 정도다.
호날두의 올 시즌 경기당 평균 슈팅 시도 개수는 6.2개로 유럽 전체 선수들 가운데 압도적 1위다. 바로 아래 위치한 리오넬 메시(4.8개), 아르연 로번(4.4개), 세르히오 아게로(4.3개)와 비교해도 훨씬 많다.
물론 공격수는 많은 슈팅을 시도해야 하고 골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호날두는 여전히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득점 페이스도 꾸준하다. 당장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축구 전체를 바라보는 호날두의 시야는 점점 좁아져가는 모습이다. 어느덧 30대 나이에 접어든 호날두는 모든 선수가 그랬듯 신체적인 노쇠화와 직면해야 한다. 득점에만 치중하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 자존심이 이를 허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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