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퇴장’ 한화 이동걸…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롯데와의 원정경기서 5회 구원 등판 사구 퇴장
정황상 단독 사구보다는 벤치 지시 가능성 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투수 이동걸(32)이 롯데 황재균(28)에 대한 빈볼성 투구로 인해 퇴장 당했다.
이동걸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경기서 구원 등판해 5회말 황재균에 사구를 던져 퇴장을 명령 받았다.
앞서 한화 투수 김민우로부터 사구에 맞았던 황재균은 이어 등판한 이동걸에게 다시 한 번 허리를 강타 당하는 투구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곧바로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후 사태가 진정되자 심판진은 합의를 거쳐 이동걸의 퇴장을 명령했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선수는 다름 아닌 ‘가해자’ 이동걸이었다. 2008년 삼성에 입단한 이동걸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새 출발을 했다. 그가 지금까지 1군에서 거둔 성적은 23경기 출전, 40.1이닝동안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36이 고작이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과 달리 한화에서는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였고,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한화는 최근 마무리 윤규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는 대신, 이동걸을 불러올렸다.
하지만 한화에서 처음으로 맡은 임무는 아쉽게도 패전처리였다. 그는 12일 경기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구원 등판했고, 5회말 고의성이 다분한 사구로 퇴장당해 짧았던 1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가장 아쉬운 점은 이동걸 스스로 사구를 던질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더그아웃에서 코칭스태프 또는 고참급 선수로부터 사구 지시가 내려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황상 이동걸은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KBO 벌칙내규에 따르면 '감독 또는 코치가 선수의 빈볼투구와 관련 지시 및 행위를 방조하였다고 간주되었을 때 경고,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빈볼을 던진 투수 역시 10경기 이하 출장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되어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와의 경기서 빈볼성 사구로 퇴장당했던 LG 정찬헌은 제재금 200만원과 5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 이동걸 역시 정찬헌 수준에서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팀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만년 2군 선수의 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면 모습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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