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본회의장서 '눈물 뚝뚝' 새누리 "쇼 하지마"
<현장>아슬아슬하던 여야, 12일 본회의장서 '격돌'
뇌관 터진 국회 모습에 참관인들은 놀란 토끼 눈
지난 6일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 무산 이후 야당의 요구로 5월 임시국회가 소집된 가운데 11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최근 벌어진 여야의 불협화음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연단에 올라 흐느꼈고 이를 향해 새누리당은 “쇼 하지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 투표에 앞서 토론을 요청해 마이크를 잡았다.
연단에 오른 이 의원은 결의안 관련 토론에 앞서 작심한 듯 여당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그는 “여야 간 합의된 사회적 대타협을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하나로 손바닥 뒤집듯 깬 게 누구냐”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여야의 증오와 대립의 장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쏟아냈다.
그러자 흥분한 여당 의원들은 “뭐하는거야!”, “그만하세요” 등 소리를 질렀고 한 의원은 일어선 채 이 의원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앉으세요!”, “이 의원 잘하고 있어”라며 맞받아치며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의 제재로 가까스로 본회의장은 진정됐고, 이 의원은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번 결의안을 채택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관련 발언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늘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됐어야 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특례 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처리가 안 돼서 의결되지 못 했다”고 다시 여당을 겨냥했다.
이어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은 일본에게 배상 받을 권리를 상당부분 포기한 협정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울분을 쏟아야했다”라며 자신이 발언한 법안이 통과돼야 함을 설명했다. 그는 이후 일본 전범기업에 끌려가 강제 노역에 동원된 피해자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이 매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이 의원의 눈물에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당황스러워했고 여당 측에서는 “쇼 하지마!”, “법사위원장에게 해달라고 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은 이 의원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조소를 날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계속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 말을 잇지 못했고, 그러면서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법안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가까스로 잠잠해지는 듯 하다 다시 뇌관 터진 본회의장, 반말 섞인 고성까지
이와 관련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 이후 순서에 따라 침략역사 및 위안부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 아베총리 규탄 결의안이 상정돼자 토론 신청을 해 연단에 올랐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이 방금 이야기했던 강제징용 배상법에 약간 오해가 있다”며 “강제징용 배상법의 소멸시효가 며칠 안 남았기에 꼭 이번 회기에 처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소멸시효라는 것은 하나의 설로서 아직 소멸시효가 시작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야당 소속의 이 부의장은 “김 의원은 아베 규탄 결의안 쪽으로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첨언했고 여당 측에서는 “방금 이언주 의원이 다른 이야기 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등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큰 소리를 쳤다.
감정이 상한 김 의원도 이 부의장을 향해 “형평성 있게 진행해 달라”며 “새누리당은 강제징용 배상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아닌 말로 소위를 통과하고 법사위를 통과하면 뭐하나. 지금도 다 된 법안을 상정도 하지 않고 있지 않나”고 또 다시 야당을 겨냥했다.
본회의 처리 법안 놓고 갈등 빚은 여야, 예견된 충돌
이 날 여야의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당은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많은 법안을 처리할 것을 야당에 요구했지만 야당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상 세 개의 법안만을 허용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공개 석상에서 불편한 심기를 지닌 채 본회의장에 들어갔다.
민현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이번 본회의는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 여러 개를 포함하여 어느 때보다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통과시키는 본회의가 돼야하는데 지금 올라온 것은 고작 세 개 뿐”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참으로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대학생 학자금상환 특별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은 4월 임시회에서 이미 처리하기로 했던 것으로 이미 여야 이견이 없어 절차상 오늘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은 법사위원장이 전자 결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 개만 처리한다고 한다. 이는 법사위원장의 월권이자 권한 남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석에서는 “국민연금이나 잘 하세요”, “여당은 약속이나 지키세요”, “민현주 의원 그만하세요! 뻔뻔스러워요” 등 누가 외치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서 시끌벅적하게 고성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민 원내대변인은 “야당은 국민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고 “오늘 국회가 밀린 숙제를 꼭 완료해서 조금이라도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발목 잡기는 안 된다”라며 말을 끝맺었다.
이후 본회의는 정상대로 진행됐고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류안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지방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차례로 통과됐다.
하지만 이언주 의원의 눈물, 이은 김진태 의원의 토론이 진행된 후 본회의장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고 “김무성 대표, 약속이나 지키세요!”, “정회해주세요!”, “조원진(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여당 간사) 약속을 지켜!” 등 반말과 존댓말 뒤 섞인 독설만이 본회의 참석자의 귓가를 때렸다.
이후에도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과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 등 공무원연금 개혁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줄 지어 나와 저마다의 주장으로 상대를 향해 직격했고, 이에 의원들은 더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 하나둘씩 본회의장을 떠났다.
국회 본회의장으로 견학을 와 본의 아니게 실시간으로 여야의 다툼을 목격한 청소년들은 놀라움과 황당함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향해 무언가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야의 공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이 무색해진 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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