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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갑질' 법사위원장들의 ‘흑역사’ 살펴보니...


입력 2015.05.16 10:29 수정 2015.05.16 10:35        문대현 기자

법률 정당성 확보 위해 존재하는 법사위, 여당 법안 저지용으로 전락

파행으로 정회중인 국회 한 상임위원회 위원장석의 의사봉. ⓒ데일리안

지난 12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이미 통과한 60여개의 민생 법안을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본회의로 올려 보내지 않는 초유의 사태로 고작 3건의 법안만이 통과됐다. 이 때문에 법사위원장 월권 논란이 비판되며 이전 법사위원장들의 횡포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이 위원장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법안이 부의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는 56개의 법안을 결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초라한 본회의’를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됐고, 여당은 이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 총회에서 “법사위에서 6일 통과된 법안이 56건 있는데 이 위원장이 붙잡고 있어서 본회의 회부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방금 이 위원장을 찾아가서 야당 원내대표 말 한마디에 본회의에 보내지 않는 것을 엄중히 항의했다”라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국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탄식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본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 당은 본회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 대부분 의견이었다. (법안 처리를) 3건만 하겠다는 원내대표 간 약속 때문에 회의를 연 것인데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법사위원장의 횡포라 주장하고 있다”며 “새누리당 본인들이 일방적으로 야당을 무시하고 직권 상정시켜 처리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건과 국민 앞에 약속한 공무원연금개혁 관련안을 이행해야 풀릴 수 있는 일”이라고 입장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위원장의 주장은 자당의 입장에 따라 자신의 권한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또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의해 행동한 것이기에 본인의 잘못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법안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이 개개인의 소신이 아니라 당론을 우선시하는 행동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법사위원장 한 명의 ‘몽니’로 수많은 민생법안이 막혔다는 지적이다.

박영선 전 위원장, 민생법안 처리 막아 세월호 참사 일으켰다는 비판

법사위원장의 횡포는 이번의 경우만이 아니다. 예전에도 법사위원장들은 정쟁에 빠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심사하는 권리를 적절히 행사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12월 당시 박영선 법사위원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외면했다. 이후 2014년 새해 예산안 처리를 할 때에도 버텼다. 결국 국회가 완전히 멈췄고 2014년 1월 1일 오전 5시가 돼서야 예산안은 겨우 처리됐다.

그는 그 해 2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 간사의 엄연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싸움을 이유로 500개가 넘는 많은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김한표, 이현재, 심학봉, 전하진, 윤영석 의원은 박 의원을 향해 “국회에서 길목을 막고 행패를 부리는 양아치”라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처리되지 못했던 법안 중에서는 해사안전관리의 체계를 개선하여 해사안전 감독관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해사안전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선박사고 발생시 가해선박의 선장이나 승무원이 현장 구호활동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 하는 해상 뺑소니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선박교통안전 특례법’이 포함돼 있었다.

이로 인해 박 의원의 ‘갑질’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며 다시 한 번 비판을 받았다. 해당 법안들이 제 때 통과됐으면 승객 300여명이 사망, 실종된 대규모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터져 나온 것이다.

참여정부 때는 한나라당 법사위원장들이 횡포 부리기도

법사위원장의 횡포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속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으며 민주당(당시 여당)과 충돌했다. 최 위원장은 이전부터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개혁법안’ 처리를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고 한나라당은 법사위를 점거해 상정을 저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정기국회는 기본적으로 예산을 심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민주당과의 팽팽한 기싸움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하라고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2004년 10월 발의된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5월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대선을 앞둔 2007년 7월에는 한나라당의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법사위에 전격 상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대선 후보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압박하는 처사라고 강력 비난하며 논란이 가열됐다.

이 외에도 안 위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각종 법안을 막아서면서 법사위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킴과 함께 정치 싸움을 유발했다.

직권상정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국회선진화법에 발 묶인 국회

법사위원장의 횡포는 어느 정당이든 가리지 않고 매 번 있어왔다. 그러나 2012년 5월 2일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법사위원장 ‘갑질’의 무게감은 과거보다 훨씬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 합의 없이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한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이 가능했다. 따라서 주요 민생법안의 경우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이 정치싸움을 이유로 통과를 막는다 할지라도 거대·다수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몸싸움을 통해서라도 법안 처리가 가능했다.

이는 ‘날치기 통과’, ‘몸싸움 국회’ 등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을 놓고 야당이 요구하는 법안과 맞교환하는 정치적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주요 법안들이 불필요하게 국회에서 동면을 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야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법안 처리를 ‘올스톱’ 시킨다면 여당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식물국회’를 초래한 이 위원장의 법안 발목잡기는 심각하다.

여당에서는 지속적으로 국회선진화법을 다시 손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임위에서 의결된 것은 법사위로 자동적으로 부의되고, 법사위에서 의결된 것은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하는 일명 ‘이상민 방지법’ 발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법사위원장은 법률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설립된 법사위의 수장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여당의 법안을 저지 할 야당의 강력한 무기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단순 요식절차를 무기 삼아 국회 입법처리 절차를 마비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법사위 자체의 문제와 함께 그 제도를 악용하는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의 수준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법사위원장의 ‘갑질’, ‘몽니’, ‘월권’ 논란이 더욱 커지는 가운데 법사위 권한 축소 문제가 국회에서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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