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등판 권혁 '제2의 구대성' 되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5.15 07:21  수정 2015.05.16 10:13

삼성전 2이닝 추가..벌써 36이닝 소화 구원투수 최다 기록

선발 마무리 오갔던 구대성과 달리 내구력 검증 안돼 우려

문제는 권혁이 구대성만큼의 내구력이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 승리 순간에는 늘 권혁(32)이 있다.

권혁은 14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전에서 시즌 8세이브를 올렸다. 한화는 8-5 앞선 8회 무사 1루에서 팀의 다섯번째 투수로 권혁을 등판시켜 2이닝을 맡겼다.

권혁은 8회 1사 1·2루 위기에서 구자욱과 채태인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9회에는 야수진의 실책으로 무사 1·3루 위기에 놓이며 이승엽-우동균에게 적시타를 맞고 2실점 했지만, 이지영과 김상수를 범타 처리하며 결국 승리를 지켜냈다.

한화가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삼성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거둔 순간이다.

권혁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어 '친정' 삼성을 떠났다. 정든 대구구장과 옛 동료들을 상대로 복잡한 감정이 들 법도 했지만 마운드 위 권혁은 냉철한 프로였다. 권혁은 집중력 있는 피칭으로 자신을 놓친 옛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권혁은 올 시즌 KBO 최고의 마당쇠로 등극했다. 이날 경기에서 2이닝을 추가한 권혁은 총 23경기 36이닝을 소화했다. 구원투수 중 최다이닝이며 규정이닝을 채운 것도 권혁이 유일하다. 삼성 시절이던 지난 2014년 기록했던 34.2이닝도 뛰어넘었다.

권혁의 잦은 등판은 올시즌 한화 야구의 돌풍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올 시즌 한화의 18승 가운데 16승이 권혁이 마운드에 오른 경기에서 나왔다. 권혁이 한화 불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나오다보니 필연적으로 혹사 논란이 따라붙는 것도 피할 수 없다.

권혁은 올 시즌 벌써 612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만 11차례나 된다. 여기에 2일 연투가 4차례, 3일 연투도 3차례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셋업맨으로 시작했지만 마무리 윤규진 부상 이탈 이후에는 임시 마무리 역할까지 맡으며 사실상 롱릴리프와 원포인트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계투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구단 안팎에서는 "권혁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주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가다가 자칫 부상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권혁의 모습에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전 한화 소속이던 구대성이다.

'대성불패'로 불리며 1990년대 후반부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던 구대성 역시 지금도 권혁과 마찬가지로 롱릴리프 같은 마무리로 유명했다. 연투는 물론 2~3이닝 던지며 세이브를 챙기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구대성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유연한 투구밸런스를 바탕으로 40대까지 현역으로 장수했고, 지금도 호주 무대서 뛰고 있다.

권혁도 구대성처럼 좌완에 투수치고는 탁월한 체격조건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큰 키에서 내리꽂는 높은 타점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기 충분하다. 삼성 시절 종종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력도 한화 김성근 감독 아래서 많이 좋아졌다.

문제는 권혁이 구대성만큼의 내구력이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발과 불펜을 넘나들면서도 장수했던 구대성에 비해 권혁은 야구인생 대부분을 불펜으로 보냈다.

권혁의 한 시즌 최다이닝은 2004년 기록한 81이닝이다. 70이닝 이상 소화한 시즌이 통산 세 번밖에 없고, 최근 4년간은 모두 50이닝 미만을 투구했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페이스를 감안할 때 권혁의 역대 최다이닝 투구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투혼과 맞물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혹사 논란에도 권혁이 지금의 호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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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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