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낙관론? KBO 소 잃으면 어쩌나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5.06.10 09:28  수정 2015.06.10 09:31

불안감 확산에도 KBO리그 일정 강행

문제 되면 그때 가서? 수동적 태도 아쉬움

메르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는 계속 열리고 있지만, 관중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한국 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여 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일단 리그 일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각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2015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메르스, 프리미어12 대회 개최 등에 관한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기존에 편성된 일정대로 강행하되,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조정의 여지를 남겨뒀다. KBO의 논리는 일정상 지금 리그를 중단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스포츠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특히, 프로야구는 매일같이 경기가 열리는 데다 수만 명 관중들이 몰리는 장소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야구장 역시 위험지대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팬들은 물론, 야구계 안팎에서도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주말부터 리그 평균 관중이 평소보다 30% 이상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일요일 평균 1만 3096명이 찾은 야구장에는 8694명만 입장하는데 그쳤다.

전염병에 노출되는 건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선수들은 직업 특성상 공개된 장소에 있는 시간이 많고 팬들과 접촉도 잦을 수밖에 없다. 최근 메르스가 병원을 통해 감염된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선수들도 부상 치료나 재활 등의 이유로 병원에 가는 빈도가 높다. 시즌 중이라 선수들도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심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 8일 긴급회의를 열고 메르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의견을 KBO에 전달한 바 있다. 리그 중단 같은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KBO로선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팀 수가 늘어나며 경기수도 훨씬 늘어난 데다 11월 8일 프리미어 12 등 국가대항전이 예정돼 있다. 메르스로 인해 당장 리그를 중단한다면 남은 일정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별도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 야구만 섣부른 대응을 하기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도 정상적으로 리그 일정을 진행한 바 있다. 아직 야구장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리그를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대중들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KBO는 선수단 및 관객들의 안전 확보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각 구단에 전달하고 구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향후 관계당국의 위기경보단계 상향조정 등이 있을 경우에는 조정의 여지 또한 남겨뒀다.

하지만 KBO의 결정은 결국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장만 바꿨을 뿐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은 아쉬움을 준다.

특수한 상황인 만큼 전면적인 리그 중단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리그 일정을 단축하는 등 탄력적 운용을 검토하는 것이나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제한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도입해보는 대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선수들과 팬들 한 사람의 인명보다 더 가치 있는 야구는 없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