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월드컵 첫 승…고개 숙일 때 아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6.10 10:50  수정 2015.06.10 10:51

브라질과의 여자월드컵 첫 경기서 0-2 완패

객관적 전력 열세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브라질전 완패로 태극낭자의 월드컵 첫 승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 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체력이 모두 소진된 태극 낭자들은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은 조별리그 첫 경기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FIFA 여자 월드컵’ 브라질과의 E조 1차전에서 0-2 패했다.

FIFA 랭킹 7위와 18위 간의 맞대결이라 어느 정도 전력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우승후보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윤덕여 감독은 유영아(현대제철)를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고, 지소연(첼시)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해 사실상 프리롤 역할을 부여,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 역할에 집중시켰다. 아무래도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보유한 브라질의 전력을 감안한 조치였다.

한국은 전반 30분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어느 정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수비벽을 촘촘하게 둘러싼데 이어 공간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나가자 월드컵 역대 최다골의 주인공 마르타를 앞세운 브라질의 막강한 공격 역시 잠시 주춤했던 것.

하지만 브라질은 브라질이었다. 중앙으로 수비벽이 집중되자 이내 측면으로 볼을 돌려 크로스를 시도했고, 한국의 수비 라인이 균열되는 허점을 노렸다. 브라질의 공격이 더욱 날카로워지자 태극낭자들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백패스에서 불안감을 노출했고, 이는 곧 실점으로 이어졌다.

브라질은 전반 33분 수비수 김도연이 골키퍼에게 백 패스한다는 것이 다소 짧았고 이를 놓치지 않은 포르미가가 가로채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백 패스에서 잦은 실수를 범한 이유는 뚜렷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탓에 선수들이 너무 긴장을 했기 때문이었다.

선취골을 내주고 맞이한 후반전에는 브라질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브라질은 전반 8분 첫 골을 넣었던 포르미가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조소현에 걸려 넘어졌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브라질 키커로 나선 마르타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 월드컵 최다골을 15골로 늘렸다.

한국은 경기 내내 브라질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에이스’ 지소연이 흙속의 진주처럼 존재감을 보였다.

지소연은 후반 26분 드리블로 돌파해 나간 뒤 페널티 박스 정면에 있던 전가을에게 패스, 논스톱 슈팅이 이어졌지만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골문을 외면한 장면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소연은 후반 35분에도 전가을에게 결정적 패스를 제공하는 등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아쉬운 0-2 패배이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당초 객관적인 전력은 브라질이 크게 앞서있었고, 윤덕여호 역시 첫 경기 목표를 승점 1(무승부)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성과도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경기 하루 전날 열린 기자회견서 “브라질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비록 열세에 몰려 경기주도권을 내주긴 했지만 태극낭자들은 기회가 날 때마다 공간을 열어주는 패스와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한국은 여자월드컵에서 아직까지 승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득점 역시 지난 2003년 미국 대회 노르웨이전에서 진석희의 골이 유일할 정도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뗀 한국여자축구는 아직 조별리그 2경기나 남아있다. 마침 스페인과 코스타리카가 비기는 바람에 조별리그 통과에 가능성이 열려있다. 벌써 고개 숙일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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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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