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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친노·비노만 외쳐대니...” 문재인의 항변


입력 2015.06.15 11:09 수정 2015.06.15 11:11        이슬기 기자

김상곤표 혁신에는 "선명성 또 강조, 친노발 공천 학살 예고"

문재인표 외연확대에는 "새누리당 2중대" 때마다 계파 논리 꺼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혁신 해도 친노·비노, 경제정당 해도 무조건 친노·비노...대체 뭘 하겠나”

최근 당 내홍 수습을 위해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와 문재인 대표 간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대뜸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는 이어 “뭐만 하면 친노·비노로 갈라서 말하는데 대표가 뭘 할 수 있겠나. 그러니 혁신위에 전권이라도 주겠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지난 10일 혁신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혁신”이라며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일 의원 워크숍에서도 혁신위의 4대 원칙으로 ‘정체성 재확립’을 첫 쇄신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하며 선명성에 힘을 실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곧바로 ‘친노발 공천 학살’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터져나왔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이른바 친노계인 한명숙 대표와 지도부가 공천 기준으로 ‘정체성’을 강조, 중도 성향의 특정 후보들을 낙선시켰다며 김 위원장의 정체성 발언이 곧 ‘공천 물갈이 2라운드’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문 대표가 여기에 힘을 실어줬다는 불만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반면 문 대표의 경우, 앞서 2.8 전당대회 후부터 ‘유능한 경제정당’을 당의 기조로 삼는 동시에 외연확대에 적극 힘을 쏟고 있다. 실제 문 대표는 당선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며 중도·보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서는가 하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지역별 노인회관과 대한노인회를 재차 방문해 “어르신들 덕에 경제대국이 됐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효도정당이 되겠다”며 노심(老心)잡기에도 집중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를 출범시켜 공동위원장으로 정세균 전 대표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선임키도 했다. 재보선 이후 주춤했던 당의 방향을 재확립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그간 선명성 논쟁과 계파 갈등으로 얼룩졌던 기존의 야당 이미지를 벗어나 민생 슬로건으로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당내 강경파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 이어 당내 다수의 의원들은 “우리가 새누리당 2중대냐”며 “야당이면 야당답게 하라”고 문 대표의 행보에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의 ‘엇박설’도 제기됐다. 문 대표와 지도부가 외연확대에 나선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홀로 선명성을 강조해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문 대표가 결국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을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는 비난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문 대표를 등에 업은 채 공천 학살을 단행할 것이란 불안감에서다.

이에 대해 지도부의 한 중진 의원은 “한쪽에서는 중도층을 잡고, 한쪽에서는 전통적 지지층을 강화하자는 거 아닌가. 이건 공당이 당연히 해야할 전략적 전술”이라며 “김 위원장의 ‘정체성’이나 야당성 강화 등은 지금 당장은 구체적인 안이 아직 없어서 실제 그게 어떤식으로 실행되는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외연확대 전략을 언급한 뒤, “투트랙인거다. 사실 새누리당은 다문화 가족 등 보수와 어울리지 않던 계층을 흡수해 외연을 엄청 확장했다. 이제 청년까지 넘보면서 '혁신'이라는 이미지를 완벽히 가져갔다”며 “늦게나마 새누리당 따라가기라도 하자는 거다. 원래 전통적 지지층도 지키면서 유능한 경제정당 슬로건으로 중도층도 끌자는 것이기 때문에 혁신위와 부딪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당 갈등을 좀 봉합해보자는 건데, 그걸 대표가 나서서 하면 또 ‘친노’니 ‘비노’니 무조건 뭐라고 하지않나”라며 “그러니 대표가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으로 내부 갈등이 가시화됐을 당시 문 대표도 나서 “친노·비노, 친노 패권주의는 분열의 프레임이다. 그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며 새정치연합의 현 갈등이 ‘친노·비노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키도 했다.

한편 문 대표는 이르면 15일경 정무직 당직 개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혁신위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와 상견례 형식으로 회동하고 2차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또한 보름마다 혁신안을 발표하고, 오는 22일 광주에서 혁신위원 워크숍을 여는 등 전문가 및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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