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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6월 9일→6월 16일…3주째 '이번주가 고비'


입력 2015.06.18 09:11 수정 2015.06.18 10:51        김정욱 기자

정부 세차례나 '이번주가 고비'라고 말하지만 위기 '또' 위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방문하는 시민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달 20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표된 이후 벌써 메르스 정국이 한 달이 다돼가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자주 ‘진정세’, ‘고비’, ‘분수령’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이후 관련 뉴스를 보면 주로 ‘메르스 확진자 증가’, ‘청소년 메르스 환자 발생’, ‘메르스 서울로 확산’, ‘메르스 환자수 세계 2위’, ‘기저질환 없어도 사망’ 등의 헤드라인으로 장식되고 있다.

정부는 17일 ‘이달 말까지 메르스 사태 종식’이라는 목표를 내놓았지만 지난 한 달간의 상황을 보면 진정국면보다는 위기상황이 거듭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메르스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달 20일이다. 당시 68세의 남성 1명과 63세의 여성 1명 등 2명의 환자가 국내에서 나왔다. 또 다음 날인 5월 21일에는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후 계속 메르스 환자가 나와 지난 달 말에는 18명의 환자가 집계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환자 발생 직후인 지난 달 23일 “최대잠복기를 감안하면 메르스 확산은 앞으로 2주가 고비”라고 말했고, 같은 달 31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앞으로 1주일이 메르스 확산 또는 진정의 기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첫날인 지난 1일에는 7명의 환자가 발생해 메르스 확진자는 모두 25명으로 늘면서 보건당국을 긴장시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감염병 관리 주무기관들은 경기도 외 다른 지역으로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국민들 안심시키기에 주력했다.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은 지난 9일 “이번주가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라며 확산 방지에 주력했고, 같은 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앞으로 메르스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로 갈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9일 이후에도 서울을 비롯해 대구 등 전국 각 지역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메르스 청정지역이 국내에는 없다는 게 정설화 되고 있기도 하다.

이달 초 메르스 발병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가 되면서 위기는 계속됐다. 5월까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메르스 발병국 세계 3위었다. 이 같은 수치도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지난 8일에는 아랍에미리트를 제치고 메르스 발병율 세계 2위로 올라섰다.

20세 이하 연령대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위기를 지속시키고 있다. 지난 달 까지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메르스는 주로 중장년층에서 발생하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걸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 총리대행은 16일 다시 “이번주가 메르스 확산의 고비가 될 것이다”고 말했지만 이날 16세의 남고생이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20세 이하 메르스 안전연령’의 공식이 깨졌다.

이 뿐만 아니라 정부는 메르스 환자에 대해 “기저질환이 있어야 취약하다”고 밝혀왔지만 이 같은 정보는 빗나갔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16일까지 집계된 사망자 19명 중 15명만이 기저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명은 별다른 지병이 없었는데도 숨진 것으로 ‘기저질환 환자 취약’이라는 보건 당국의 발표는 무색하게 됐고, 다시 위기를 맞았다.

메르스 위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 동안 보건복지부는 중동지역 환자 발생 현황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를 최장 14일로 보고 이 기간을 기준으로 병원폐쇄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17일 추가로 확진판전을 받은 환자 8명 중 6명은 지난 달 29일 이전에 감염된 사람들이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 한 후 길게는 20일이 지나 확진판정을 받은 셈이다. 결국 보건당국이 제시한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 14일이라는 기준도 재설정 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르스 감염의 연결고리도 넓어지고 있어 위기를 더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3차감염 이상의 가능성은 없다고 봤지만 며칠 전부터 4차감염자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5차 감염자 발생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메르스 환자의 치사율도 높아지고 있어 위기가 거듭되는 상황이다. 17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총 162명이며, 메르스 사망자는 20명에 이른다. 애초 정부는 메르스 치사율이 1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금의 메르스 치사율은 12.3%로 높아졌고, 앞으로 그 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악화되는 한국의 메르스 상황과 관련해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한국 정부와 의료계의 불운과 미흡한 대응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네이처는 16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한국의 첫 번째 환자가 9일 동안 4곳의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된 셈이다”면서 “한국 정부가 초기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숨기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며 이 같이 전했다.

김정욱 기자 (kj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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