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무관심’ 척박한 러시아서 꽃피운 한인 야구팀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입력 2015.07.04 09:52  수정 2015.07.04 09:54

[인터뷰]한인 야구팀 SPB 브라더스 이끄는 김준일 씨

한인 끌어 모아 창단..지역 야구리그 정식 참가 화제

러시아 하면 척박한 땅, 그리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특히 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져 외출조차 힘든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그런데 이곳에서 야구의 열정으로 대륙을 녹인 한국인 야구팀이 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연고를 둔 ‘SPB(상트 페테르부르크) 브라더스’가 바로 그 주인공. SPB 브라더스는 올해 처음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야구리그에 정식으로 참가해 화제를 몰고 왔다.

김준일 씨는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 브라더스 야구팀을 창단했다. ⓒ 상트 페테르부르크 브라더스

지난해 8월, SPB 브라더스란 한인 야구팀을 창단한 김준일 씨(40)는 소위 ‘야구광’이었다. 한국에서는 주말마다 야구 동호회에서 주말 리그를 즐길 만큼 야구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김준일 씨가 먼 타국인 러시아에 구단을 창단한 이유도 순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축구와 같은 일부 종목은 동호회가 구성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었지만, 야구는 열악한 인프라 탓에 그렇지 못했다.

“러시아에 처음 왔을 때에 야구의 ‘야’자도 꺼낼 수가 없었어요. 그만큼 인프라가 열악했고, 관심도 적었죠.”

그렇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김준일 씨는 야구를 즐기겠다는 일념 하에 지역 내 거주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SPB 브라더스’라는 야구팀을 만들었다.

“야구동호회라도 만들면 야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우연히 스치더군요.”

우연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어려웠다. 먼저, 야구 장비와 훈련한 연습장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김준일 씨는 “러시아 자체가 야구의 불모지라 장비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웠습니다. 결국 배트, 공, 베이스, 글러브 등 모든 장비를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왔고, 훈련장도 실내 풋살 경기장을 사정한 끝에야 겨우 빌릴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 사람들은 야구란 종목은 알아도, 실제로 해봤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야구에 관심 있는 한인 사회에 손을 내밀면 덩달아 러시아인들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 믿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준일 씨의 판단은 정확했다. 야구단 창단과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거주하는 한인들이 합류하기 시작했고 김 씨의 일터 내에 소식이 퍼지면서 같이 근무하는 러시아인들에게도 큰 뉴스거리가 됐다. 급기야 러시아 지역리그에서도 SPB 브라더스의 활동 소식을 접하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에게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순수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단으로 시작해 6개월 만에 지역리그에 입성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야구를 하겠다는 단순한 생각과 친목 도모를 위해 야구단을 만들었지만, 팀 창단 2년차에 외교 사절단이 된 기분입니다.”

현재 ‘상트 페테르부르크 지역리그’는 SPB 브라더스를 포함해 총 7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8월까지 홈&어웨이 방식을 통해 상위 4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SPB 브라더스는 현재 3승 4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 상트 페테르부르크 브라더스

김준일 씨는 “우리가 참가하는 리그는 지역리그이지만, 러시아 전국리그에 참가하는 시 대표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미흡하지만 실력을 끌어올린다면, SPB 브라더스도 전국구 팀으로 발전할 것이라 기대합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13일에는 핀란드 한인 야구팀과 친선경기를 가졌습니다. 스웨덴 등 북유럽과 동유럽 한인 야구팀과 연락을 하여 새로운 야구 리그를 창설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며 포부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저 야구 한 번 즐겨보겠다’는 김준일 씨의 의지는 ‘이왕 즐길 거라면 확실하게 즐기자’라는 강한 포부로 바뀌었다. 비록 SPB 브라더스의 시작은 미비했지만, 그 끝을 향한 과정과 꿈은 놀라울 정도로 크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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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기자 (4222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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