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홈 어드밴티지? 평가절하에 던지는 메시지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7.14 08:59  수정 2015.07.14 10:01

대회 얼굴로 부담에도 멘탈 매니지먼트도 성공..디스어드밴티지도 감안

마문 외 스타니우타-리자트디노바 등과 진검승부 3관왕 ‘전인미답’

[광주유니버시아드]손연재는 부담이 큰 국내에서의 굵직한 대회를 무난하게 치르면서 기량뿐만 아니라 멘탈 매니지먼트에도 성공했음을 알렸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손연재(21연세대)가 개인종합 포함 3관왕 등극과 동시에 전 종목 메달이라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전인미답’의 위업을 달성했다.

손연재는 12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서 열린 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리본 18.050점, 곤봉 18.350점을 받아 지난 11일 치른 볼 점수(18.150점)와 후프 점수(18.000점)를 합산한 최종 합계에서 72.550점으로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71.750점)와 멜리치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70.800점)를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유니버시아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다.

손연재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인종합 경기를 펼치는 과정에서 4개 종목 모두 1위를 차지, 개인종합 포함 5개 종목 전 종목 석권의 기대까지 높였다. 그리고 13일 같은 장소에서 치러진 종목별 결선에서 손연재는 후프(18.300점)와 볼(18.250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곤봉 결선에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수구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17.800점에 그쳐 멜리티나 스타니우타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우크라이나 에이스' 안나 리자티노바(18.200점) 차지였다. 리본에서도 손연재는 연기 초반 수구가 꼬이는 바람에 감점을 당하면서 17.800점을 받는 데 그쳐 스타니우타(17.900점)에 이어 은메달에 만족했다.

이로써 손연재는 지난달 아시아선수권 3관왕 및 2연패에 이어 유니버시아드에서도 3관왕에 등극, 세계 정상급 선수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또 오는 9월 세계선수권(독일 슈투트가르트)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향한 행보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일각에서는 안방 한국서 열려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을 것이고, 무엇보다 세계랭킹 1위인 마르가리타 마문, 3위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가 ‘메르스’ 감염 우려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손연재의 3관왕 등극을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물론 이번 대회에 마문과 쿠드랍체바가 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마리아 티토바(러시아), 스타니우타, 리자트디노바 등 그동안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손연재와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쳐온 선수들이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손연재가 진검승부 끝에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세 차례나 섰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른바 ‘홈 어드밴티지’ 문제도 손연재가 그동안 타국에서 훈련을 하고 경기를 치르며 겪었을 숱한 ‘어웨이 디스어드밴티지’, 그리고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심각하게 논의될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사실은 손연재가 자신에게 찾아온 부상과 그에 따른 걱정 어린 시선들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갔고, 그 결과 자기 자신은 물론 폐막을 앞두고 ‘유종의 미’가 필요했던 광주유니버시아드의 모양새까지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작년 인천아시안게임부터 올해 아시아선수권과 이번 유니버시아드까지 모두 홈에서 치르는 대회였고, 매번 주최 측이 손연재를 대회의 ‘얼굴’로 내세운 만큼 큰 부담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던 상황, 그리고 리듬체조 선수라면 숙명과도 같지만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상의 공포가 엄습한 상황을 극복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었던 손연재의 강인한 정신력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하다.

손연재는 이번 유니버시아드에 대해 “이번 대회만큼은 후회 없이 준비했다. 그만큼 매트에 나가서 하나하나 느끼면서 연기를 했던 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기량뿐만 아니라 멘탈 매니지먼트에도 성공했음을 알린 셈이다.

이제 손연재는 자신을 짓눌러온 책임감 내지 부담에서 벗어나 현역선수로서 마지막 1년을 자기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1년으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손연재는 앞으로 있을 세계선수권에 대해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진출권이 달려 있어 모든 선수들이 전쟁터 같이 할 것”이라며 “올림픽 전 마지막 세계대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내년 리우 올림픽에 대해서도 “런던 올림픽 때는 꿈의 무대에 나가는 것만 해도 행복했는데 이제는 결과를 얻기 위해 올림픽에 나간다”며 “인생에서 다시없을 무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은 제 리듬체조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후회 없는 1년을 보내고 싶다”고 거듭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손연재로 하여금 이와 같은 강한 열정과 의욕을 불러일으킨 것은 광주 유니버시아드가 손연재에게 준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손연재가 스스로 이런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를 통해 손연재는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무대는 경쟁자들과의 싸움이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싸움은 싸움이지만 손연재 스스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싸움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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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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