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고 성추행 피해 여교사 "문제제기했더니 교장이..."
되레 '원하는 게 뭐냐' 반응 보여 "피해자 위주 경찰조사 필요"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에서 상습적인 성추행이 발생, 130여명의 여학생과 여교사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해당 학교의 관리자이자 총 책임자인 교장 역시 가해자로 지목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한 여교사는 5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간의 피해 발생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 여교사는 이날 “처음에 여교사 성추행 부분을 알게 돼 7월 중순이 되기 전에 관리자인 교장선생님에게 말씀을 드렸다”며 “사실 저희는 신고를 원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히려 거꾸로 ‘그러면 신고를 해야 되는데 그걸 원하는 거냐’,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피해 발생 초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학생들도 광범위한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고 신고를 다시 해달라고 (교장에게) 강력히 요청을 드렸다. 그런데 교장선생님께서 결국 신고를 그때 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교장은 문제가 제기된 직후 신고를 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한 여교사들은 학교 측의 후속 조치나 재발 방지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일부 학부모가 가해 교사를 고발하는 일도 발생했지만, 가해 교사는 격리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학교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여교사는 “학생들이 너무 무서워서 견디다 못해 ‘왜 학교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느냐. 왜 우리 학생들을 보호해주지 않느냐’면서 전학을 간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피해 여교사는 “지난 1년 반을 돌이켜보면 소문이 소문을 낳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그게 나중에는 마치 학교의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며 “피해사실을 말했다가는 마치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고 그렇게 성범죄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게 지금 돌아보면 너무 소름끼치는 부분”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 조사가 반드시 피해자 위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에서는 경찰 조사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교사는 “경찰에게 말했다가 내가 불이익을 당하거나 내 신분이 노출되거나 아니면 내가 당한 피해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는 건 아닌가 걱정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과연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진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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