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유이 "연기력 논란, 극복해야죠"(인터뷰)
SBS '상류사회'서 재벌가 막내딸 장윤하 역 맡아
"드라마 인기 예상 못해…해외 팬 많이 생겨 행복"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연기자 유이는 '꿀벅지'(탄력 있는 허벅지)라는 말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건강하고 씩씩한 '체육돌' 이미지는 유이와 맞물려 간다.
그런 그가 지난달 말 종영한 SBS 월화극 '상류사회'에서 재벌가 막내딸 장윤하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안 어울린다"는 우려가 앞섰다.
유이 자신도 알고 있었다. "많은 분이 걱정했다"고 인정한 그는 "남들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위해서 미친 듯이 노력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피나는 노력 덕분인지 유이는 주변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뚫고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 호평받았다. 시청률도 따라왔다. 톱스타들로 뭉친 경쟁작을 꺾고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서는 짜릿한 기쁨을 맛본 것.
지난 5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이는 특유의 싹싹한 태도로 기자를 반겼다. 사흘 연속 계속된 인터뷰 일정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 트레이드 마크인 귀여운 볼살이 사라져 아쉽자고 하자 그는 "몸무게가 40kg 후반대"라며 "데뷔 후 처음 접한 수치"라고 웃었다.
"다이어트를 할 때 그렇게 안 빠지던 살이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쭉 빠졌어요. 안 맞던 청바지도 쏙 들어가서 좋긴 했죠. 근데 촬영하다 보니 몸이 금세 지치더라고요. 지금은 체력 보충을 위해 열심히 먹고 있어요. 인터뷰 첫째 날보다 2kg이나 쪘는걸요? 하하."
살이 빠진 이유는 지상파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은 부담감 때문이다. '상류사회'는 유이 외에 박형식 성준 임지연 등 젊은 연기자들이 전면에 나선 드라마다. 유이는 네 명 중에서 분량이 가장 많은, 중요한 역할을 꿰찼다.
"제 연기에 대해 칭찬도 듣고, 혹평도 들었어요. 공중파 위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댓글을 안 보는 편인데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어요. 연기에 대한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낀 작품입니다."
그간 유이는 KBS2 '오작교 형제들'(2012), tvN '호구의 사랑'(2015) 등에서 털털하고 보이시한 역할만 도맡아 해왔다. 여배우라면 듣고 싶은, 아니 여자라면 듣고 싶은 "예쁘다"는 말을 '상류사회'에서 처음 들었단다. 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다.
"제가 다니는 미용실에서 '유이 헤어스타일', '유이 메이크업'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대요. 신기했어요. 파워 블로거들도 '유이 패션'을 언급했고, 제가 입은 옷이 완판되기도 했고요(웃음)."
평소 청바지만 입던 그는 캐릭터를 위해 정장을 처음 걸쳤고, 편한 운동화도 벗어 던지고 15cm 힐을 신었다. 유이는 "당당하게 걸어야 했는데 발이 불편해서 잘 안됐다"며 배시시 웃었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수많은 해외 팬을 얻었다고도 했다. "SNS에 영어, 중국어로 인사해주시는 팬들이 늘었어요. 특히 여성팬들이 절 좋아해 주는 게 기뻤습니다."
드라마의 예상 밖 인기에 대선 "주연 네 명 모두 놀라워하고, 신기해했다"고 털어놨다. "준기-윤하 커플, 창수-지이 커플의 사랑이 너무 달라서 시청자들이 호응해 주셨던 것 같아요. 하루는 한강에서 성준과 촬영했는데 시민들이 '상류사회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시는 거예요. 성준과 '들었어? 대박!'이라고 했죠. 믿기지 않았습니다."
'상류사회'에서 유이가 맡은 장윤하는 신분을 감추고 재벌 딸이 아니어도 자신을 사랑해 줄 남자를 찾는 여자다. 전형적인 재벌 딸이 아닌 윤하는 엄마에게 이유 없는 미움을 받는다. 엄마로부터 "죽어!"라는 끔찍한 말을 듣는 윤하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인물이었다고 유이는 말했다.
"윤하를 연기할 땐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어요. '엄마는 널 싫어하는데 넌 왜 이렇게 밝아?', '가족의 사랑을 못 받은 아인데 어떻게 긍정적일 수 있지?' 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처음엔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나중엔 윤하를 밝고 착한 아이로 표현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이후엔 윤하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캐릭터를 이해하는 시간이 촉박했어요. 캐스팅되고 바로 대본 리딩, 그리고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집에서 나온 윤하는 바깥세상에서 준기(성준)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의 달콤함은 길지 않은 법.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던 준기가 자신의 배경을 보고 일부러 접근한 걸 알아버린다.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준기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죽도록 밉지만 흔들린다.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
유이는 윤하가 바보 같지만 순수한 여자라고 정의했다. "윤하가 이런 말을 해요. '난 저주받은 아이'라고요. 윤하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는 아이예요. 마음속 상처가 깊죠. 그런 윤하에게 준기는 첫사랑이나 다름없어요. 복수한다고 하더라도 '미안해' 한마디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머리를 쓰지 않고 온 마음을 바쳐서 준기를 사랑한 것 같아요."
어린아이 같았던 윤하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차츰 성장한다. 마지막회에서 준기는 윤하에게 "사실은 내가 먼저 네게 반했다"며 두 사람이 운명이었다고 한다. 드라마틱한 설정이지만 어쨌든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유이의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해졌다.
유이는 "아니 근데 첫눈에 반할 수가 있나요?"라며 기자에게 되묻는다. 그리곤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이에요. 나랑 잘 맞나 싶을 때 제가 먼저 고백해요. 여자라서 고백을 참진 않아요. 흔히 말하는 밀당도 못해요. 전 진심을 털어놓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상황 때문에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없어요."
"진심이 항상 상대방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 전략이 필요하다"는 기자의 말에 유이는 "나도 알고 있는데 내 성격이 이런데 어떻게 하겠느냐. 나랑 맞으면 되는 거다. 이래서 남자가 없나?"라며 미소 지었다.
성준 박형식 임지연 등과 함께한 유이는 "내가 제일 연장자였다"며 툴툴거렸다. "극 중 오빠, 친구 역이라 말을 놓자고 했는데 다들 쉽게 말을 놓더라고요. 절 만만하게 본 거죠. 하하. 넷이 만나면 장난치느라 바빴어요. 성준은 절 '남자한테 복종하는 여자'로 조련시켰고요. 형식이와 지연이는 참 예쁜 커플이었어요. 호흡이 다들 좋아서 행복하게 촬영했지요."
주인공을 맡은 작품을 끝낸 유이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여유를 갖고 준비를 철저하게 했으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그는 얘기했다.
"'상류사회'는 처음으로 욕심냈던 작품이었어요.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핑계인 것 같고요. 제 연기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에선 드라마 얘기만 나왔으면 해요. '드라마는 좋은데 유이가...'라는 얘기가 들리지 않게 노력할 거예요.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지고, 제 연기력 논란이 없게 해야지요."
2009년 애프터스쿨로 데뷔해 지금 연기자의 길까지. 유이를 버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연예인은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먹기도 하잖아요. 근데 전 나쁜 얘기는 흘리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성격에 감사해요. 하하. 제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전 얼굴에 손대는 게 무서워서 뜯어고치지도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서 즐기면서 하고 있답니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로는 악역을 꼽았다. "사실 저는 드라마 특별출연에서부터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올라왔어요. 운이 좋아서 주연도 맡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물론 비중은 상관없습니다."
유이는 곧 SBS '주먹 쥐고 소림사' 특집을 위해 중국으로 향한다. 이후 계획을 묻자 그는 "당분간 쉴 계획인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두 눈에 호기심과 에너지가 반씩 섞여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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