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다 토해내'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 '노예계약' 소송

윤정선 기자

입력 2015.08.20 10:20  수정 2015.08.20 14:39

조종사 10년 근속 전 퇴사시 고등훈련비용 물어내야

기준 없이 교육비 비싸게 책정 의혹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글 캡처

대한항공 퇴사 조종사들이 과거 대한항공과 '노예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6년간 근무한 조종사 김모 씨 등 3명은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총 1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과거 대한항공은 신입 조종사를 채용할 때 입사 2년 전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맺고 초중등 훈련비용 약 1억원과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7000여만원을 근로자에게 부담케 했다.

초중등 훈련비용은 조종사가 알아서 조달해야 한다. 고등교육 훈련비는 대한항공이 대납했지만 10년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여금 면제비율은 △근속 1년차∼3년차까지 연간 5%씩 △4년차∼6년차 연간 7%씩 △7년차∼10년차 연간 16%씩이다.

김 씨 등 소송을 낸 조종사들은 대한항공 입사 전 각각 2년간 무임금 상태로 교육을 마쳤다. 이후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퇴사했다.

대한항공은 10년 근속을 못 채운 이들에게 각각 미상환 고등교육비로 최고 9300만원까지 청구했다. 이번 소송은 이 돈을 다시 돌려달라는 것.

김 씨 등은 "대한항공이 대기업으로서 충분히 근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를 임의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토록 했다"며 "10년간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 내도록 하는 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육비 액수와 면제금액이 객관적 기준 없이 임의로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다른 국내 항공사들은 시간당 420달러나 350달러로 책정하는 시뮬레이터(FFS) 사용료를 대한항공은 시간당 500달러, 575달러로 계산하는 등 기준 없이 비싸게 받았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20조를 보면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김 씨 등은 고등교육비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교육훈련 계약은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교육받아 조종사가 될 기회를 줬던 것"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라 대여금을 면제해 준 것 역시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과 관련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들이 합류하면서 원고는 현재 7명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 소송에 동참하겠다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