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캐스팅 2년 만에 주연" 채수빈의 파랑새(인터뷰)
연극 무대 이어 주말극 주연 꿰차
"다양한 장르·캐릭터 도전하고파"
막연하게 배우가 되고 싶었다. 브라운관, 스크린 속 주인공을 동경했던 소녀는 고등학교 때 '길거리 캐스팅'이라는 우연한 기회로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행운은 또 찾아왔다.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광고계 블루칩'이 된 것. 한 초코바 광고에선 동그란 눈을 뜨고 "오빠, 나 살찐 것 같지"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고, 또 다른 광고에선 아빠를 걱정하는 속 깊은 딸로 분했다.
이후 데뷔 2년 만에 초고속 전철을 타고 주말극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배우 채수빈 얘기다.
채수빈은 이달 초 종영한 KBS2 주말극 '파랑새의 집'에서 긍정의 아이콘 한은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그는 은수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출생의 비밀로 인해 연인 현도(이상엽)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절절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호평받았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2013)로 연기에 입문, 데뷔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그가 이뤄낸 성과는 꽤 놀랍다.
지난 2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채수빈은 드라마 속 은수와 닮은 청량한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채수빈은 강아지 같은 선한 마스크로 남성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파랑새의 집'을 통해서는 남성팬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을 얻었다.
"어르신들이 알아봐 주세요. 식당에 가면 '은수야 더 먹어'라며 챙겨주시고요. 절 알아보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웃음)."
신인으로서 긴 여정의 주말극을 소화한 그는 종영 소감에 대해 "시원섭섭한데 섭섭한 마음이 크다"면서 "다음주에 또 촬영할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의 소속사 대표를 만난 그는 연기를 위해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채수빈은 이후 연극 무대에 섰고, 단편·독립 영화 등에 출연했다.
"데뷔를 연극으로 해서 감사하고 좋게 생각해요.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걸 배우고 연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죠. 기회가 된다면 연극은 또 하고 싶답니다."
영화 '나의 독재자'(2014)에서 단역, MBC 2014드라마페스티벌 '원녀일기' 조연, '스파이'(2015) 조연 등 작은 역할을 해온 그에게 주말극 주인공은 큰 숙제이자 부담이었다.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믿기지도 않았고요. 처음에는 걱정이 앞서서 이런저런 고민을 했는데 선배님들 덕분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은수가 어떤 사람인 것 같으냐고 묻자 "나와 닮은 부분이 많다"며 미소 지었다. 집에서 막내딸인 채수빈은 "같은 막내딸인 은수가 나보다 성숙하고, 어른스럽고, 용기가 넘치는 여성인 것 같다"고 했다.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요. 첫회가 끝나고 지인들이 '은수가 딱 너야!"라고 해줬죠. 하하. 일부러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은수를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마냥 해맑던 은수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된다. 눈물 연기는 필수였고, 힘든 감정신이 이어졌다. "감정신을 찍기 전에는 울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밥을 못 먹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면서 스스로 이겨냈어요. '파랑새의 집'을 통해 저 자신이 한층 성장한 것 같아요."
극 초반 현도와 알콩달콩한 사랑을 보여줬던 은수는 가슴 아픈 이별을 하지만 결국, 재회한다. 채수빈은 "주말극이라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는데 은수와 현도의 고비가 많아서 걱정했다"며 "새드엔딩이면 섭섭했을 듯했는데 행복한 열린 결말이라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상엽에 대해서는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준 선배"라며 "선배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극 중 오빠 이준혁과 관련해선 "오빠로서는 좋은데 애인으로서는 답답한 것 같다"며 웃은 뒤 "진지한 사람인 것 같은데 농담도 잘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라고 했다.
은수로 분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채수빈은 촬영장에서도 선배, 스태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다들 편하게 대해 주셨어요. 현장 분위기가 유쾌했지요.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절로 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웃음)."
'파랑새의 집'은 전작 '가족끼리 왜 이래'보다 턱없이 낮은 시청률과 질질 끄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채수빈은 "내게 '파랑새의 집'은 많은 걸 가져다준 작품"이라면서 "비판에 대해서는 뭐라고 얘기할 입장이 아닌 듯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연기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등을 배웠고, 좋은 사람들을 얻었다"며 "이번 작품은 평생 못 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미처 몰랐던 부족한 점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면서 한 단계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채수빈은 강조했다.
배우 이성민과 함께 '로봇, 소리'를 촬영 중인 채수빈은 이달 안으로 또 다른 차기작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제 막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채수빈은 "욕심내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화려하고 멋있게 보이는데 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위에서 '예쁘다', '잘한다'고 말해주지만 자칫 자만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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