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 축구 미생들이 안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청춘FC’ 공식 페이스북
축구판 고양원더스 '청춘FC'
예능이야, 다큐멘터리야?
예능일 수 없을 것 같은 소재, 다큐멘터리나 영화로 제작됐어야 할 이야기가 예능프로그램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한 번 보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묘한 재미가 마법을 부리듯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긴다.
최근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이하 청춘FC)'의 이야기다.
'청춘FC'는 축구에 인생을 걸었다 갈 길을 잃어버린 '축구 미생'들이 다시 모여 꿈과 희망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방송 전부터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고양 원더스와 비교됐던 '청춘FC'가 예능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은 비밀은 무엇일까.
거짓·억지웃음 대신 진심·공감 피식 웃다 가슴 뜨거워지는 이야기
사실 예능인들이 팀을 만들어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콘셉트는 이미 MBC '무한도전'이나 KBS '우리동네 예체능' 등을 통해 익숙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하는 이들의 좌충우돌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춘FC'는 유재석이나 강호동과 같은 예능인이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안정환·이을용 감독, 이운재 코치, 김은중 코치 등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이 지도하는 '축구 미생'들은 한때 태극마크를 꿈꾸며 볼을 찼던 선수 출신의 청춘들이다.
이들에겐 탁월한 예능 감각도 없을뿐더러 웃음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심은 없다. 무한경쟁 속에 다시 찾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살벌한 열정과 의지가 있을 뿐이다.
그만큼 '청춘FC'는 배꼽 잡는 '웃음코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간간히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웃음이 있을 뿐이다. 단순히 '웃음'만을 놓고 따진다면 '청춘FC'는 낙제점에 가깝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재미'를 따진다면 이만한 예능프로그램도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청춘FC'가 호평을 받는 건 억지웃음 대신 진심과 공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다. 피식 웃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가를 촉촉이 적시다가도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청춘FC'다.
'청춘FC' 안정환 감독은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선수들을 다그치지만, 인간적인 소통으로 덕장의 면모도 동시에 보여준다. KBS 2TV 방송 캡처.
'욕설조차 달콤하다' 주목받는 안정환 리더십
'청춘FC'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안정환의 재발견'에 있다.
프로축구 사령탑 자리를 마다하고 '청춘FC'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안정환 감독은 비슷한 상처들을 안고 패배의식에 빠져있던 축구 미생들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카리스마 넘치지만 인간적인 소통으로 덕장의 면모 과시한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수시절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지만 뒤에서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인간적인 소통을 이어갔다. 앞에선 "못 하면 그냥 쳐내면 돼. 여기 오고 싶은 사람 많아" "정신 나간 놈"이라고 가혹한 채찍질을 가하면서도 뒤에선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우리도 경험한 것"이라며 아픔을 공유하고 보듬는다.
특히 욕설 섞인 거친 입담에도 공감할 수 있는 건,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진심과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큰 형님 리더십'으로 인해 축구 미생들은 점차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또 안정환 감독을 비롯한 이운재, 김은중 코치 등 국가대표 출신 '레전드'들의 축구 내공을 지켜보는 것도 이 프로그램이 갖는 재미 중 하나다. 이들이 '축구 미생'들에게 전수해주는 축구 기술과 철학은 시청자들에게도 감탄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예능과 다큐의 만남, 좋은 예
'청춘FC'는 모처럼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축구 미생'들의 도전과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그동안 놓고 지냈던 '꿈과 희망'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뜻 깊다.
무엇보다 '청춘FC'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자극적인 소재나 화려한 쇼, 그리고 스타가 없어도 '참신한 소재'와 '진정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데 있다.
시청률은 4% 선으로 폭발적이진 않지만, 시청자들의 결속력은 그 이상이다. 시청자들은 "맨유, 첼시보다 흥분되는 그 이름 '청춘FC'"라며 매주 방송을 기다리는 설렘을 드러내고 있으며, 벌써부터 '제2의 청춘FC'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정환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팀을 찾아주기보다는 팀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능과 다큐의 만남'이라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청춘FC'가 현실 속에서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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