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하겠다"는 새정치, 달라지는 대북정책?
'5.24 조치 즉시 해제' 주장하던 데서 "무조건 해제에 얽매이지 말아야"
새정치민주연합이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해 종래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천암함 사태 사과 표명 등을 내건 것을 비판하며 즉각적인 해제를 주장해왔지만, 최근 당내에서 “‘당장 해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앞서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는 우리 국민의 방북과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하고 대북 지원사업을 보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5.24 조치를 발효한 바 있다. 이에 당시 민주당은 5.24 조치가 남북 화해는 물론 교류협력 가능성마저 차단한다며 5.24 조치의 즉각 해제를 당 차원에서 주장해왔다.
당장 문재인 대표도 지난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를 위해 지금 당장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야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공동으로 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당초 입장과는 온도차를 보이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 워크숍 전 기자들과 만나 “5.24 조치가 천안함 사태로 인한 중요 상징이고 남북 교류 문제에 관해 중요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 문제는 개별적인 남북 승인에 의해 이뤄진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24 조치를 당장 해제해야만 모든 문제가 열릴 거라는 식으로 너무 얽매이지 않는 것이 이번에 남북 간 열린 기회를 살려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5·24 조치 해제만이 남북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열쇠이거나 유일한 문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문 대표의 ‘경제정책 책사’이자 이날 의원 워크숍에서 발제자로 나선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역시 “5·24 조치 해제를 당장 할 수 없다면,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해제를 요구해야 한다"며 기존의 입장과 분명한 차이를 뒀다.
우 부원장은 특히 “미국의 대북 조치와 비교할 때, 한국의 5.24 조치는 법적 기반이 약하거나 아예 없다. 이 조치가 언제까지 갈지 법적 제도가 정리된 상태도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가 향후 5.24 조치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검토한 결과, 비(非) 경제분야에서 우회적으로 조금씩 접촉하다가 결국 (교류를) 용인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5.24 조치의 문이 열리면 조금씩 밑그림을 그리면서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된다”며 “‘정경분리원칙’이라는 말대로 정치와 상관 없이 한국 경제의 문제 때문에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경제를 원하고 필요한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 측은 "당위론적으로 5·24 조치의 즉각적인 해제가 맞다"면서도 "정부의 태도로 볼 때 즉각적인 해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한 것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맞다”며 이 원내대표의 주장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이번 8.15 광복 기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5.24 즉시 해제’ 주장 외에 ‘또 다른 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는 게 당내 다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워크숍 후 호남 지역 한 의원은 “5.24 조치가 해제돼야 민간 교류가 되고 대화 물꼬가 트이는 건 맞지만, 정부가 사과를 전제로 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해제만 외친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한 수도권 중진 의원 역시 “워크숍 발제 내용은 원래 우리당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5.24 해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실제로 우리당이 집권을 하려면, 북한의 행동 변화 없이 우리만 이걸 해제해야한다고만 압박해서는 국민들의 동의를 있겠나. 우리 군사들 발목이 날아가는 사태를 보면서 ‘5.24 해제’만 내세운다고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브리핑에서 5.24 조치 해제론에 대해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그때 가서 충분히 대화로서 다뤄질 수 있는 문제”라며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고 그 밑에 여러 가지 회담들이 제기되면 거기에서 북측이 제기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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