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마다 박 대통령 거든 김무성, 문재인은 "이럴거면..."
문 "획일적 역사교육 반대" 선공에 김 "옳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정국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허심탄회한 자리"라고 표현한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왜 만나자고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아울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의견에 앞장 서 말을 자르며 박 대통령을 거들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49분까지 진행된 '5자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 관련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각각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차례로 개진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뜨겁게' 토론했다.
그러나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이견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문 대표는 회동 이후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치되는 부분이 안타깝게도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여야의 시각차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이산가족'주제 따듯한 환담으로 시작했지만
앞서 오후 2시 59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고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1분 쯤 지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 대표, 원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입장했다.
본격적이 회동이 진행되기 전 이들은 자리에 서서 4분 정도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대표님, 원내대표님들이 사이가 좋아 보인다"며 "귓속말도 하고 반갑게 서로 인사도 나누시는데, 정말 사이가 좋으시냐"고 물었다.
그러자 원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님 이름에 '종' 자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제 이름에는 '유' 자가 들어가고. 그래서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자, 이런 구호를 만들자고까지 했다"고 화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서로 잘 통하시면 그만큼 나라 일도 잘 풀리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고 했고 문 대표는 "국민께 함께하고, 웃는 모습 보이고, 뭔가 이렇게 합의에 이르고 하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따뜻한 환담도 잠시, 본 회동 들어가자 날카로워진 분위기
그러나 이들이 테이블에 앉으며 본 회동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첫 화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였다.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은 30분 이상 진행됐다. 문 대표는 "국민들은 역사 국정교과서를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또 획일적인 역사교육을 반대한다"고 지적했고 이 원내대표까지 가세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먼저 나서 "아직 집필진이 구성되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서 그런 주장을 하지마라"며 "지금까지 많이 참아왔는데 그런 주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문 대표는 교학사 교과서를 예로 들면서 친일, 독재 교과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김 대표는 "그것은 국정교과서가 아니라 검인정교과서이지 않나. 그래서 국정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이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주로 집필진을 구성하기로 했으니 야당도 걱정되면 좋은 집필진 구성에 참여하라"고 강조, 박 대통령을 적극 거들었다.
박 대통령 역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는 점이 안타깝다"며 "국민통합을 위한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회동 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 인식은 상식과 너무나 동 떨어져 있어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하는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회동의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제활성화 놓고도 원론적 입장 외에 의견 일치 본 것 없어
경제활성화 문제에 있어서는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부분만 의견 일치를 봤을 뿐 경제 살리기 의제, 경제 민주화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아들딸들을 생각만 해도 너무 안타깝지 않느냐"며 "여야 지도부의 결단으로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11월 중순까지는 비준동의 절차를 완료해 연내에 발효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도 야당이 발목잡기를 해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부채 1100조원, 비정규직 600만으로,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당장 정부가 정책을 바꿔 국민의 생명·안전·복지와 관련한 공공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민생 이슈에 관해서 말씀드렸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며 "더군다나 민생 도탄의 해결 요구에 관해 답이 없었다. 민생 문제에 대해서 우리 당이 더 절실하게 노력해야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나왔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 역시 "오늘 만나는 방식이 참 아쉽다"며 "여당은 자주 보지만 야당은 드물기 때문에 5자 회동을 수용했는데 대변인이 배석도 아니고 후열에 동석해서 기록하는 것도 막은 것은 야당과 교섭할 의지가 있는지"라고 지적했다.
또 "여러 가지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을 듣지도 못하고 단 하나의 일치된 부분도 없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완전한 합의는 이끌지 못했지만 정국을 보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마치 국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섬에 다녀온 느낌이다. (박 대통령이) 냉장고에서 더운 밥을 꺼내려 한 것 같다"며 비판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7개월 만에 만나며 새로운 소득을 기대했으나 결국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 손으로 헤어진 회동이 됐다. 회동 이후 각 당의 브리핑 내용을 들은 누군가는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를 초대해놓고 서로 싸우는 것을 구경만 하다 마친 회동"이라고 비꼬을 정도다.
이날 5자회동 이후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이 때문에 회동에도 불구하고 추후 여야의 대치는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을 추후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간 '3+3 회동'을 통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견 일치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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