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다' 주원 "미소년 벗고 상남자 됐죠"(인터뷰)
여동생 살해범 쫓는 장우 역 맡아 열연
"어린 나이에 주연, 견뎌내야 할 숙명"
배우 주원이 말쑥한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후줄근한 옷을 입었다. 얼굴은 태닝으로 검게 그을렸고 체중도 8kg이나 불렸다. 반듯하고 곱상한 이미지만 어울릴 것 같았던 그는 영화 '그놈이다'(28일 개봉·윤준형 감독)에서 거친 상남자의 매력을 분출한다.
'용팔이'에서 여동생을 구하려 고군분투했다면 이번엔 여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쫓는다. '그놈이다'는 1999년 부산 청사포 해변 마을에서 한 여대생의 죽음을 기리는 천도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했다. 유해진도 나오지만 주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작품이다.
'용팔이' 종영 직후 쉴 틈도 없이 영화 홍보 활동에 나선 주원을 지난 27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주부터 인터뷰를 소화한 그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그러다 영화 얘기를 할 때면 두 눈을 반짝이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주원은 극 중 장우 역을 맡아 여동생을 잃은 감정신과 살인범과 맞붙는 격투신을 펼쳤다. 살인범에 여동생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범인을 쫓으면서도 슬픈 감정을 느껴야 했어요. 동생 사진만 보면 울컥했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 장우에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장우가 너무 안쓰러워서 보듬어주고 싶었죠."
영화는 어촌을 배경으로 해 음산 분위기를 표현했다. 스릴러를 뛰어넘은 공포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섬뜩하다. 어촌 청년 캐릭터를 위해 주원은 '비주얼'을 포기했다고. 영화에 입고 나온 옷은 총 세 벌. 꾀죄죄하고 낡은 의상이 전부다.
주원은 "장우는 겉모습을 신경 안 써도 되는 역할"이라며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부산 사투리도 배웠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사투리 연기에 욕심을 냈다고. 두 달 반 동안 사투리와 맹렬하게 싸웠다. "초반엔 후회도 했지만 잘 나온 것 같아 뿌듯해요. 부산 토박이 분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하하."
'그놈이다'를 통해 주원은 '진짜 남자'가 된 듯했다. 30대를 앞둔 그는 '그놈이다'는 변화와 도전이 담긴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새로운 캐릭터로 도전한 작품이라 반응이 어떨지 떨려요. 흐흐. 이제까지 풋풋한 청년 같은 캐릭터만 했거든요."
20대 마지막에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사실 '굿닥터' 속 시온이 같아요. 장우는 실제 저와 너무 다른 인물인데 익숙하지 않은 인물에서 처음 보는 절 느꼈답니다."
주원 자신도 놀란 장면은 유치장신이다.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눈앞에 두고 오열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주원의 눈물 연기가 압권.
주원은 "나조차도 그렇게 울 줄 몰랐다. 살면서 그렇게 운 적 처음이다. '꺽꺽' 소리 내며 울었다. 지우려도 지울수가 없는 장면이다"고 했다.
"앞에 범인이 있는데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을 터뜨려야겠다', '고삐를 놓자'고 생각했죠. 이후 감정을 폭발했어요. 울부짖는 표정이나 오열하는 연기는 저도 처음 봤어요. '그놈이다'를 통해 한 뼘 성장했어요(웃음)."
뮤지컬 '알타보이즈'(2006)로 데뷔한 주원은 9년 동안 소처럼 일했다. 체력도 대단하고 욕심도 있다. '제빵왕 김탁구'(2010), '오작교 형제들'(2011), '각시탈'(2012), '굿 닥터'(2013), '용팔이'(2015)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해 꽤 많은 흥행작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원톱 주연. 행복하기만 할 그에게선 의외의 답이 나왔다.
"주연이라서 행복했던 적은 없어요. 오히려 부담됐고, 책임감은 더 커졌죠. 사실 주이공이라면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조 출연자보다 출연료도 더 받잖아요. 주인공의 부담은 견뎌야 해요."
어른스러운 답변은 이어졌다. "연기를 할수록 작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책임감이 점점 더 커지곤 하죠. 저는 데뷔 초와 비교하면 작품, 그리고 인생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듯해요. 여유도 생겼고요. 특히 드라마는 정신 없이 촬영하는데 주인공이라면 주위 사람을 챙겨야 합니다. 그게 주인공의 책임이에요."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기로 소문난 주원은 "오지랖이 넓어서 그렇다"고 겸손한 답변을 했다.
"그동안 형들한테 의지했는데 지금은 후배들도 많이 생겼어요. 어릴 때부터 '내가 모범이 돼야 한다'고 다짐해서 작은 부분도 신경 쓰려고 합니다."
'용팔이' 종영 후 하루도 안 쉬었다는 그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그냥 뒹굴뒹굴 빈둥대면서 쉬고 싶어요. 딱 일주일만 외부와 연락을 끊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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