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송파삼전, 서초 내곡, 구로 천왕 등 행복주택 501가구에 대한 입주가 일제히 시작했다. 사진은 '송파삼전 행복주택'.ⓒ데일리안 박민 기자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도입한 ‘행복주택’이 첫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신청 과정부터 입주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세심한 정책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주 전 사전점검일 및 계약일이 모두 평일에만 이뤄져 사회초년생 및 대학생의 경우 ‘월차’, ‘수업 결석’ 등을 감내해야 하고, 심지어 집을 미리 둘러 보지 못하고 계약을 해야하는 문제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0% 가까이 공적 기금이 투입되지만 사업 시행 주체에 따라 세대 내 제공되는 기본 가구 품목도 달라 ‘따로 국밥’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송파 삼전(40가구), 서초 내곡(87가구), 구로 천왕(374가구) 등 501가구에 대한 입주가 일제히 시작됐다. 송파 삼전지구는 LH가 사업을 맡았고 나머지 3개 지구는 SH가 담당한 지구다.
행복주택은 과거 도시 외곽이나 그린벨트에 지어졌던 공공주택과 달리 대중교통이 편리하거나 직장·학교 등이 가까운 곳에 짓는 도심형 공공주택이다.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층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함으로 정부가 지자체 및 지방공사와 협력해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특징으로 이들 단지 모두 입주 경쟁률이 10대1을 초과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행복주택에 당첨되고서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다른 대기자에게 입주기회가 넘어간 가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들 4개 지구 모두 계약이 평일에 진행됐는데 LH의 경우 9월 22~23일(화·수)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 SH공사는 10월 6~8일(화·수·목)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에 실시됐다. 더욱이 계약 전 집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해당 공사 업무 시간에만 맞춰져 진행됐다.
행복주택 도입 취지가 사회초년생 및 대학생 등 타지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 1인 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LH, 지방공사 등 공급자 편의에만 맞춰서 진행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집을 보러 가기도 어려운 실정이었고, 결국 계약날이나 사전 방문 모두 두어번 연차를 내야만 가능했다.
구로천왕 행복주택에 당첨돼 이사를 앞두고 있는 한 사회초년생(여·25)은 “당첨 발표소식에 기뻤지만 향후 일정에서 입주 사전 점검일도, 계약기간도 모두 평일에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난감했다”면서 "계약을 위해 회사에 연차를 내고서야 간신히 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업기간이 5년 이내의 사회초년생 가운데 회사 눈치를 안보고 연차를 쓰는 직장인이 몇 명이나 되겠냐”면서 “임대료도 계약전에 내고, 계약날에 본인확인 및 서면에 사인만 하는 간단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평일 업무시간에만 이뤄져 불편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통상 대학생이나 직장인 등 1인가구의 경우 학교 수업이 끝난 후나 직장을 마치고 난 후 집을 보러 다니고, 주말 연휴 등을 이용해 계약을 하고 이사를 하는게 일반적”이라면서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인만큼 사적 계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특정계층을 위해서 도입한 정책인 만큼 수요자 입장을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LH(위)가 공급한 '송파삼전' 행복주택에는 붙박이 책상, 냉장고, 주방가구 등의 기본 가구가 제공되지만 SH(아래)가 공급한 '구로천왕' 행복주택에는 기본 주방가구만 제공되고 있다.ⓒ데일리안 박민 기자
여기에 이름은 똑같은 ‘행복주택’이지만 사업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세대 내 제공되는 기본 가구(빌트인) 품목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공급한 송파삼전 행복주택(40가구)에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전용 20㎡ 16가구에는 부엌 싱크대를 비롯해 '소형 냉장고', '가스쿡탑', '붙박이 책상'이 기본 제공된다. 나머지 24가구(26㎡·41㎡)에는 기본 품목인 부엌 싱크대 외에는 전혀 없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몸만 와도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 필수 가구들을 제공한 것”이라면서 “이외 신혼 부부 및 고령자, 주거급여수급자는 기존의 살림살이를 가지고 입주할 것으로 예상해 별로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H가 공급한 구로 천왕 행복주택(374가구)은 LH와 기본 가구 품목이 다르다. 단지는 계층 구분 없이 전 세대에 부엌싱크대 및 가스쿡탑이 제공된다. 한편으로는 LH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가구에는 냉장고, 붙박이 책상 등을 제공한 것과 차이가 있다.
현재 행복주택은 정부 예산 30%, 주택도시기금(옛 국민주택기금) 40%, 입주자 보증금 20%, 나머지 10%는 시행주체(LH, SH 등)가 부담해 짓고 있다. 공적기금이 80% 가까이 투입되지만 기본 가구 품목에서는 시행주체별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LH, SH를 비롯해 그 외 경기도시공사 등 지방 공사가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가구를 갖출 수 있도록 권고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행복주택이 젊은층이라는 특정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입주자 여건 등을 고려한 사전점검 및 계약일 운영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정부가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 행복주택을 도입했지만 정작 수요자 입장에서 이를 들여다보지 않고 공급자 측면에서만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색내고 있다”면서 “신혼부부 등을 제외하고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젊은층 모두 1인 가구 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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