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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피해자 원하는 보상 외면....딴지거는 반올림


입력 2015.11.10 16:17 수정 2015.11.10 18:10        이홍석 기자

<기자의 눈>신속한 보상·문제해결은 뒷전...피해자 볼모로 걸림돌되지 말아야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가족인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운데)가 지난 7월23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직업병 보상 등에 대한 조정권고안이 발표된 후 향후계획 등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합의를 통해 신속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데 중간에 제 3자가 끼어들어 싸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딴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보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중순부터 보상 신청 접수를 받기 시작한지 한 달 반만에 신청자는 100명이 넘었고 이 중 절반인 48명과 보상 합의하는 등 보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보상 대상자들 중에는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에서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으며 협력사 직원도 포함되는 등 삼성은 전향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상위원회 보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신청자들에 대한 대우에도 고심하고 있는 등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성심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여 온 반올림은 정작 이러한 신속한 보상이 못마땅하다는 태도다. 삼성이 지난 7월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권고안에서 유일하게 수용하지 않은 사단법인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한 달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이를 감시하기 위해서 사단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법인 설립에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이 지출될 수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사단법인 설립과 운영비로 300억원을 사용하도록 한 조항을 제외한 기금 1000억원 출연, 대상 질병을 포함한 보상 원칙과 기준 등 권고안 내용을 거의 원안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이홍석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반올림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사단법인 설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삼성을 비판해 온 반올림은 정작 조정권고안에서 백혈병 발병과 관련된 보상 대상 등 총 15가지 항목에 대해서 수정 제안을 하는 등 권고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년 순이익(지난해 기준 23조4000억원)의 0.05%(약 117억원)를 사단법인의 운영비용으로 내야 한다는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순조롭게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보상위원회마저 해체하라는 현실성 없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또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보상신청을 하지 말라고 부추기는 등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며 문제 해결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 해결이 가까워질수록 조직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반올림의 이러한 모습에 실망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가족대책위는 보상위원회에 적극 협력하며 피해자들의 서류 준비 및 접수 등을 지원하며 신속한 보상과 문제해결을 반기는 모습이다. 반올림이 지난 8년간 본질인 피해자들보다 지엽적인 문제들에 매달리며 문제 해결을 외면해 온 데 따른 실망감이 컸다는 반증이다.

보상위원회에 보상을 신청한 한 피해자는 “최근 반올림을 보면 문제 해결에 있어 정작 중요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진심으로 직업병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신속한 보상과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에게 묻고 싶다. 직업병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피해자들인지, 아니면 조직의 존립인지를. 처음 직업병 문제를 제기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은 아닌지. 반올림이 이 질문에 해답을 찾아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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