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사랑은 그런 것이다. 언제 어디서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 아무 이유 없이 끌리는 게 사랑이다.
전 여친과 전 남친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원나잇'으로 사랑에 빠진다. 사랑한 후에 섹스하는 걸까, 아니면 섹스 먼저 하고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
술잔을 기울이며 실연의 고통을 함께 나누던 두 사람은 몸까지 나누는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근데 이걸 어쩌나.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쉽다. 자꾸 생각나고 가슴이 설렌다. 망설이던 두 사람 중 시후가 먼저 용기를 낸다.
열 칸 남아 있는 음료 쿠폰을 다 채울 때까지 '몸친'으로 지내자는 것. 그렇게 '원나잇'이 아닌 '텐나잇'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텐나잇'이 끝나면 '쿨하게' 헤어지자고 다짐한다.
쿠폰 도장이 늘어갈수록 두 사람은 몸친에서 나아가 진짜 연인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면서 몸이 아닌 마음을 느낀다.
마지막 쿠폰 도장을 찍을 무렵 시후의 전 남친 준석(박병은)이 정훈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정훈과 시후의 관계는 '쿨하게' 깨져버리는데. '첫 몸'에 반한 두 사람이 느낀 건 사랑일까. '원나잇'으로 시작한 사랑도 있는 걸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사랑엔 답이 없다는 것. 용기를 못 내며 갈팡질팡하던 정훈에게 의사는 말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상관없다. 처음에 몸 따라갔으면 이번엔 마음 따라가라."
힘든 세상살이에 하루에도 수차례 좌절하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쌓이지만 '사랑'만은 포기하지 말라고 영화는 얘기한다.
'극적인 하룻밤'은 동명의 대학로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했다. 연애가 두렵거나 연애가 어려운 요즘 남녀를 대표하는 정훈과 시후가 '원나잇'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이 독특하면서 현실적이다. 최근 젊은이들의 연애 현실을 반영한 장면도 곳곳에 나온다.
배우 윤계상 한예리가 출연한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원나잇'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된 남녀의 연애담을 담았다.ⓒCGV아트하우스
지잡대 출신에 기간제 교사 정훈, 프리랜서 푸드스타일리스트 보조 시후가 그렇다. 특히 실직한 정훈이 "내가 지금 무슨 연애야. 난 지금도 그렇고 죽을 때까지 터널 속에 갇힐 거야"라고 내뱉은 말이 가슴 아프다. 정훈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말한다. "차인 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물러나는 거"라고.
시후는 그런 정훈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도 시후다. 둘 중 한 명은 용기 내야 사랑은 완성된다.
독특한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이 결국엔 진짜 연인이 된다는 뻔한 답을 영화는 경쾌하게 풀어낸다.
윤계상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친구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윤계상만의 소탈하고 편안한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충무로의 샛별 한예리는 로맨틱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 그간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그는 사랑에 용감한 시후 역을 맡아 사랑스러운 여자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전형적인 미인형이 아닌 자연스러운 얼굴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조복래, 정수영 콤비가 이뤄내는 막강 감초 연기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백을 못 하는 관객, 지지부진한 '썸'만 타는 청춘에게 추천한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예측 가능한 전개와 결말은 아쉬운 부분.
'라듸오 데이즈'(208)의 하기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하 감독은 "술자리나 친구들과 편하게 놀 때 나오는 솔직한 연애담을 수면 위로 올려 귀엽게 표현하고자 했다"며 "사랑에 대한 상처가 너무 커서 새로운 연애를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했다.
하 감독은 이어 "'N포 세대'라는 말이 있 듯, 요즘 젊은 이들은 다 포기하고 사는 것 같다. 연애만큼은 용감하게 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세대들이 영화를 보고 따뜻한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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