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베르테르' 조승우가 하면 그것이 정답

이한철 기자

입력 2015.11.29 08:50  수정 2015.11.29 08:49

'내부자들' 개처럼 버티는 근성, 무모한 도전 호평

이성 마비된 '베르테르' 극단적 선택, 관객 설득

조승우가 영화 '내부자들'의 성공으로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쇼박스

영화도 뮤지컬도, 조승우(35)가 하면 그것이 정답이다.

조승우는 최근 영화 '내부자들'과 뮤지컬 '베르테르'로 스크린과 무대를 동시에 점령하고 있다. 극장가나 공연계 모두 연말이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그의 활약은 관객들에게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내부자들'은 이병헌, 백윤식 등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의 등장만으로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데다,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드라마가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다.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1000만 관객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수혜자는 각종 스캔들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추락을 거듭했던 이병헌이지만, 3년 만에 스크린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조승우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조승우는 실적은 최고의 경찰이었지만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세가 막히는 것이 싫어서 검사가 된 우장훈 역할을 맡았다. 어렵게 검사가 됐지만 빽과 족보가 없어 늘 승진을 목전에 두고 주저앉는 우장훈은 근성 하나만 믿고 조직에서 '개'처럼 버틴다.

우민호 감독은 세 차례나 거절한 조승우에게 끈질기게 매달렸는데, 결국 결과물을 통해 우장훈은 '조승우가 정답'이었음을 입증해 보였다. 이병헌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연기를 잘 한다"고 극찬할 정도로 조승우의 연기력을 발군이었다.

조승우의 아이디어로 탄생된 '족보 없는 사투리'나 평소보다 살을 찌워 중후한 이미지를 살린 우장훈의 모습은 그의 캐릭터 해석 능력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병헌이 쏟아낸 애드리브와 아이디어는 주눅 들지 않고 맞받아칠 수 있는 조승우가 있어 완성될 수 있었다.

영화나 속 조승우도 대단하지만, 조승우의 진가는 역시 뮤지컬 무대를 통해 만날 수 있다. 10여 년 전부터 그가 뜨는 뮤지컬은 표가 없어 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그의 뮤지컬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관객은 있어도 한 번 본 관객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승우의 연기와 노래가 주는 임팩트는 대단하다.

조승우가 13년 만에 뮤지컬 '베르테르'에 합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CJ E&M

뮤지컬 '베르테르' 또한 조승우가 13년 만에 다시 출연을 결정함으로써 이전 공연보다 더 뜨겁게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대극장 작품에서 스펙터클한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다시 애절한 감성 연기를 펼친다는 점은 팬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극과 극 캐릭터를 선보인 '내부자들'의 성공이 '베르테르'에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욕을 퍼붓고 노출 연기까지 선보이던 '내부자들' 속 조승우의 모습이 오히려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조승우는 역시 조승우였다. 심도 깊은 내면 연기와 강력한 무대 흡입력에 '내부자들' 속 그림자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무대에서 호흡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누구보다 집중력 높은 그의 연기와 깨질 듯 부서질 듯한 사랑을 가슴 깊이 품은 '베르테르'의 조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전설 속 베르테르라 불리는 조승우의 베르테르는 서정적이고 열정적인 연기로, 극 속 캐릭터의 질풍노도의 아픔을 극적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특히 '맨오브라만차' '헤드윅' 등을 통해 선보였던 특유의 애드리브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베테랑 연기자다운 여유와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하지만 곧 놀라운 집중력으로 베르테르의 슬픔을 표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 놓는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살로 이르는 베르테르의 애절한 사랑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가에 있다. 관객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베르테르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건 오로지 배우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조승우는 관객들을 또 한 번 설득시키는데 성공했다.

한편, '베르테르'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774년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의 작가 고선웅의 손에서 뮤지컬로 재탄생된 2000년 이후, 15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15주년 맞아 펼쳐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조승우는 앞서 '맨오브라만차' 10주년 기념 공연, '지킬앤하이드' 10주년 기념 공연에도 참여하며 한국 뮤지컬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엄기준과 슈퍼주니어 규현이 조승우와 함께 베르테르 역을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의 무대를 선보인다. 베르테르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여인 롯데 역에는 전미도와 이지혜가 다시 한 번 열연을 펼친다. 롯데의 약혼자이자 베르테르와는 상반된 차가운 이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알베르트 역에는 이상현과 문종원이 전격 캐스팅됐다.

최근 '아리랑' '홍도'를 연출한 공연계 스타 연출가 겸 극작가 고선웅의 극본과 독보적인 작곡가 정민선의 멜로디를 조광화 연출과 구소영 음악감독이 만들어간다. 이외에도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한정임 의상디자이너 등 국내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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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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