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막을 올려 내년 3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볼 3가지 관람 포인트를 짚어 본다.
먼저 이번 공연의 핵심 관람 포인트는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하나미치(花道)' 무대 형태다. '하나미치(花道)'란 일본에서 가부키 공연을 할 때 쓰이던 연장된 무대 형태다. 일반적인 무대 디자인인 프로시니엄 사각형 프레임을 벗어나 좌우측 벽면을 따라 무대장치가 연속되도록 만들었다.
'레미제라블'의 하나미치는 이러한 개념을 확장시킨 것으로 사각형 무대의 좌우측으로 무대가 확장됐을 뿐 아니라 상부까지 둘러싼 세계에서 가장 크고 정교한 무대로 완성됐다.
일반적인 사각형 프레임의 무대 형태는 객석과는 단절되고 분리된 공간이다. 또한 사각형 무대 주변으로는 스피커나 조명기구들이 노출돼 보이기 때문에 관객들로 해금 무대공간과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하나미치 무대를 도입해 관객의 시야에는 오로지 무대 세트와 배우들의 연기만이 보이도록 했다. 마치 객석의 관객들이 180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강력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또한 좌우로 확장된 무대에서 배우의 등퇴장과 연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공연제작사인 레미제라블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공연을 위해 2012년 초연에는 없었던 하나미치 무대를 영국 현지에서 추가로 제작했다. 특히 최초 아이디어 단계부터 블루스퀘어 공연장만을 위해 디자인됐기 때문에 최적의 환경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하나미치 무대이기 때문에 공연장 좌우측의 일부 좌석을 철거했을 뿐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무대 셋업 과정을 이겨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에 따르면 "보통의 뮤지컬 공연은 사각형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프로시니엄 사각 틀을 벗어나 무대 부근에 '장식'을 하는 공연이 있긴 하지만, '레미제라블'은 뮤지컬 사상 전 세계 최초로 '무대 장식'의 개념이 아닌 '독립된 무대 세트'의 개념으로 하나미치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배우들 총출동
레미제라블코리아(대표 김양선, 정마크지원)는 올 1월, 영국에서 내한한 오리지널 제작진과 함께 배역과의 싱크로율 99%에 가까운 배우들을 뽑기 위해 공개 오디션을 진행했다.
배우들에게 '레미제라블' 오디션은 쉬운 미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총 3000여 명에 육박했다. 이들에게 7개월간 10차에 걸친 까다롭고 엄격한 오디션이 진행됐고, 세계적인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최종 심사를 통해 정성화, 양준모, 김준현, 김우형, 조정은, 전나영 등의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선발됐다.
초대 장발장으로서 국내의 모든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독식한 정성화(2012), 일본 토호 프로덕션에서 장발장을 연기하며 한국 배우의 출중한 실력을 빛낸 양준모(2015)와 김준현(2013), 그리고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을 연기한 전나영(2013) 등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양준모는 일본판 '레미제라블'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의 장발장으로 무대에 오른다. ⓒ 레미제라블코리아
이들의 진가는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1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 3주간의 공연을 통해 어김없이 발휘됐다.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하게 된 정성화, 조정은, 김우형, 박지연이 초연의 감동을 계속 이어감과 동시에 검증된 가창력과 물 오른 연기력을 지닌 새로운 배우들의 투입으로 더욱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호평 받았다.
장발장 역을 맡은 양준모는 세계 4대 뮤지컬 중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역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까지 연기한 최고 실력의 뮤지컬 배우다. 특히 일본 '레미제라블'(2015)에서도 장발장을 연기한 바 있다.
양준모는 일본 극단 소속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을 통해 일본 뮤지컬에 발탁된 이례적인 케이스로 큰 화제가 됐다. 2015년 9월 일본 공연 종료 후 한국의 장발장으로 돌아온 그의 한국 공연에는 일본 팬들이 원정 관람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판틴 역의 전나영은 22살 때 네덜란드 '미스사이공'(2011-2012)에서 킴 역을 맡았고,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30년간 공연되고 있는 세계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2013-2014)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 역을 맡아 활약했다.
전나영은 '레미제라블' 대구 공연에서 런던의 크리에이티브로부터 "코제트 엄마로서의 모성애와 함께 처절한 삶을 헤쳐 나가는 판틴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원작의 명성은 쉬지 않고 진화한다
'레미제라블'은 2012년 겨울 한국어 초연 뮤지컬을 시작으로 영화, 연극, 도서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폭발적인 사회적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5개 부문 수상,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 수상 등 모든 시상식에서 베스트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최고의 흥행작으로서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았다.
30년째 롱런하고 있는 '레미제라블'은 끊임없이 작품을 업그레이드해 보다 완벽한 무대를 선사해 왔다. 영국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내한해 한국공연의 혁신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연출 측면에서 '레미제라블'은 진정한 앙상블 작품으로 홀로 돋보이는 주인공은 없다. 물론 장발장이 주요 인물로서 극을 이끌어가긴 하지만, 극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까지 매 장면마다 앙상블 배우들의 역할은 어마어마하다.
장발장과 자베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배우는 공연 중 어느 시점엔가 다른 역할을 맡아 앙상블에 합류하며 마리우스, 코제트, 에포닌 모두 본인의 캐릭터로 등장하기 전부터 공연 곳곳에 등장한다. 관객들이 첫눈에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지만, 그들이 쏟는 노력을 눈여겨보는 것은 공연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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