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아마추어라더니...안철수의 그림자된 문병호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2.15 10:40  수정 2015.12.15 12:47

3년전 "안철수 전형적인 구경꾼" 3년후 "안철수 혁신 따라 탈당"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이 오는 17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따라 동반탈당을 감행할 예정이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안철수의 정치개혁안? 전형적인 구경꾼 정치이자, 국정경험이 전무한 데서 나오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다.”

새누리당의 논평도, 새정치민주연합 주류계 인사의 발언도 아니다. 최근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입’을 자처하며 연일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의 2012년 당시 발언이다.

지난 13일 안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한 직후, 문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행했으니 나도 지역구민들에게 보고를 드린 뒤 곧 탈당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주 내 5~10명 의원들이 1차로 탈당에 합류할 것으로 본다"며 "연말까지 최대 20명 이상의 새정치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약 3개월 전 발표된 ‘안철수표 혁신안’도 수차례 치켜세웠다. 문 의원은 앞서 CBS와 SBS 등 각종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안은 당 혁신위의 혁신안보다 훨씬 더 세고 진정성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위까지 통과한 혁신안을 무력화하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때마다 “혁신안의 혁신위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그 안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 전 대표도 이에 발맞춰 문 의원을 향한 세레나데를 불렀다. 그는 측근을 통해 "지난해 합당 후 성과를 못냈음을 안 전 대표 스스로 시인했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다시 얘기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탈당 행보를 뒤이을 문 의원 등을 ‘좋은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의 개혁’에 대한 문 의원의 평가는 달랐다. 무소속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같은 해 10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발표하자, 문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안 전 대표를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문 의원은 "돈을 아끼려고 의원을 줄이고 중앙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정당보조금을 줄이겠다는 말은 쉽게 내뱉으면서도 그것이 초래할 금권정치 부활, 관료권력 강화, 입법부의 권한 약화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한다"며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 16만명 당 1명꼴인데 이는 평균적으로 국민 10만명 당 국회의원 1명을 선출하는 OECD국가나 국민 5만명 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유럽에 비해 부족한 인원이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비용이 소요되는데도 이것을 낭비로 간주해 국회의원 100명을 쓸데없는 지출로 치부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라며 국정 경험이 없는 안 전 대표가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2대1’ 판결로 일부 선거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지면서 정치권에서 현재 300석인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되는 것과 관련, 안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야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합의할 때 위헌 논란이 일어 19대 국회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는데, 의원 정수를 또 다시 늘리자는 건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또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 “핵심은 국회의원 수가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선거제도를 바꾸고 성과를 낸 이후에, 국회의원 수를 논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즉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한 안 전 대표의 개혁 방향은 당시와 크게 변함이 없는 것이다.

반면 문 의원의 평가는 현저히 달라졌다. 보도자료까지 발표하며 안철수표 개혁을 ‘구경꾼 정치’라 비판했던 문 의원이지만, 불과 1년 4개월여만에 통합 신당에서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데 이어, 오는 17일 ‘안철수표 혁신안’을 따라 황주홍·유성엽 의원과 함께 동반탈당을 감행할 예정이다.

문 의원의 이같은 행보는 당 비주류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내 호남계 중진 의원은 “나도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정치인은 소신과 무게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 사람(문병호 의원)은 너무 안철수 그림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당 신뢰에도 도움이 안되고 국민들 보기에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직언했다.

또한 문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여러 차례 비판해왔던 당내 3선 의원 역시 “내가 예전에도 문병호 의원한테 그러지좀 말라고 했다”며 “문-안 둘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에 대고 포고만 하지 말고, 정말 비공개로 둘이 직접 만나서 문제를 좀 해결했어야 하는데, 문 의원도 매번 ‘안 대표가 어디어디서 곧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둥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말만 언론에서 해댄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의원은 앞서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전면 수용하고 한명숙 전 총리의 당적 정리를 단행하는 등 ‘안철수표 혁신안’ 실천 의지를 보인 데 대해 “별로 진정성이 없다. 평소에 잘해야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노원구 자택을 방문한 것 역시 “보여주기식 쇼”라고 혹평한 뒤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혁신전대를 하자는 것”이라며 “혁신전대를 하자 말자만 답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날 새벽 문 대표의 방문을 ‘홍보용 쇼’라고 규정하며 “그래서 안 전 대표는 문 대표를 못 믿는 거다. 항상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안 전 대표를 이용하고 들러리 세우고 활용하려는 그런 의식에 빠져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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