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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략공천없다'? 험지출마·단수추천 '발목'


입력 2015.12.28 22:24 수정 2015.12.28 22:35        문대현 기자

결국 우회적 전략공천, 현역 컷오프도 친박마음대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각각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 20대 총선에 나설 후보를 정하는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공천특위, 위원장 황진하)에서 단수추천제와 컷오프제 도입 등 일부 뜻을 모았다. 그러나 이는 그간 '전략공천은 없다'고 천명해 온 김무성 대표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공천특위는 지난 25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전체회의를 갖고 공천 룰에 대해 논의했다. 황 위원장은 28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수추천과 컷오프가 포함된 회의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의결 사항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위원장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들이 한두 분 빠져서 최종적으로 (공천특위 논의가) 끝난 다음에 결정해서 후속조치 하기로 결정했다"며 "내일이나 모레 중 다음 회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이와 관련 "오늘 중간 보고가 있었고 관련해서 최고위원들이 의견도 줬다"며 "지금의 안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고 공천특위 회의가 다시 열리기 때문에 (현재까지 논의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최고위에서는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 관련 문제, 현역 의원 자격심사 기준 문제 등이 보고 대상에 올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위 참석자들에 의하면 세 차례에 걸친 회의에서는 현행 당헌당규상 우선 추천지역과 단수추천 조항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등 이른바 '험지차출'로 영입한 인재도 단수추천 대상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단수추천은 공천 신청자 가운데 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우월한 인사를 경선 없이 후보로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치 신인에 대해선 10%, 여성 후보자에 대해선 20% 가산점을 주는 방안에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도 알려졌다. 총선 출마를 위해 직을 던지고 나온 지방자치단제창의 경우에는 일정 부분 감점을 하기로 했다. 비례대표 여성 할당 비율은 기존 50%에서 60%로·3분의 2이상으로 상향 조정키고 했다.

이와 함께 특위는 후보자 자격심사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 평가제와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 비율, 결선투표시 점수 가감 여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곳곳에 뇌관투성이, 친박-비박 전쟁은 지금부터?

공천특위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추석 연휴 당시 '김무성-문재인 부산 회동'이후다. 당시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하고 국회로 돌아왔지만 친박계의 강한 반대로 10월 5일 내 공천특위를 만들어 공천 룰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원장 인선 문제를 두고 친박과 비박이 또 부딪혀 12월 중순이 돼서야 가까스로 구성됐다.

이후 공천특위는 성탄 연휴 기간에도 잇달아 활동을 벌이며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황 위원장은 "올해 안에 (특위 활동을) 끝내는 것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곳곳에 친박계와 비박계가 갈등을 벌일 요소가 산재해 있어 그의 바람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공천특위에서 정한 우선추천제와 단수추천제는 김 대표가 그동안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며 내뱉은 "내가 있는 동안 전략공천은 없다", "전략공천을 하려면 날 죽이고 하라" 등 수 많은 말들을 거짓말로 만들 수 있는 제도다. 현행 당규에 명시돼 있는 단수추천제는 전략공천에 매우 근접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국민 경선을 거치는 만큼 전략공천과는 다르다고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정치적으로 유명한 인물일수록 자신의 인지도를 이용해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필요한 지역, 공천 신청자가 없거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에 특정 인물을 우선적으로 추천하는 제도'인 우선추천제 역시 전략공천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다.

이를 반기듯 '친박' 김재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험지출마, 또는 단수추천, 더 나아가 우리 당에서 이번 공천 규칙을 통해서 도입하려는 제도들은 월등한 경쟁력을 갖췄을 때 굳이 경선 없이 단수추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략공천 도입을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후보자 자격심사 기준 강화도 비박계의 많은 반대에 직면할 전망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와 관련해선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부적격한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에는 특위 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른바 '컷오프'가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일단 김 의원은 "의정활동이 너무 불성실하다든지, 당의 정체성이나 정강·정책에 맞지 않는 활동으로 당이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걸러내야 한다)"고 사실상 컷오프 도입을 옹호하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에서 "현역 의원 중에서 무조건 하위 20%는 떨어뜨리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한 지역에서 여러 후보가 경선을 하면 경선의 기술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까 후보를 서너명으로 줄여놓는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만에 하나 전국 차원에서 무조건 현역 의원 20%나 30%를 날리겠다는 방식이라면 아마 18대, 19대에 의해서 또 다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천 학살이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은 하위 20%를 잘라내는 컷오프를 단행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탈락됐는지에 대한 점수표는 공개되지 않았고, 컷오프에 해당된 의원들은 결과에 불복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김 대표도 이 제도에 의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전과 같은 방식으로 컷오프가 단행될 경우 청와대에 의한 '공천 학살'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 또한 전략공천과 무관치 않다.

김 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할 정도로 전략공천을 외면해왔다. 그런 그가 특위의 현재 안을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뿐 아니라 비박계 최고위원 및 현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천에 관련된 논의는 특위에 일임하겠다고 해온 만큼 특위의 결정을 마냥 거부할 수도 없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이 외에도 경선 여론조사의 국민-당원 비율과 결선투표의 가·감점 부여 여부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 대표가 마냥 특위의 활동을 지켜만 보다가는 명분도 실리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향후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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