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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38억 적정가? FA 시장의 냉정한 이면


입력 2015.12.31 09:13 수정 2016.01.01 11:0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60억 원 요구했지만, 급변한 시장 상황으로 하락

타 구단 원치 않는 등 2루수 희소성 살리지 못해

오재원은 좋지 않은 FA 시장 분위기로 대박을 터뜨리는데 실패했다. ⓒ 연합뉴스

FA 오재원(29)이 두산에 잔류하게 됐다.

두산은 30일 “자유계약선수(FA)인 내야수 오재원과 4년 총액 38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4년간 계약금 12억 원, 연봉 5억 5000만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이다.

오재원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당초 오재원은 4년간 60억 원의 큰 액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부풀대로 부푼 FA 시장의 거품을 감안하면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금액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급격히 냉각된 시장 분위기에 아쉬움을 삼키고 말았다.

FA 시장이 열릴 때만 하더라도 오재원의 요구액이 현실성 없는 것은 아니었다. 29세라는 젊은 나이와 2루수라는 포지션 희소성, 여기에 한국시리즈 우승팀 주장과 국가대표(프리미어12)에서의 맹활약이라는 부가가치까지 있었다.

오재원은 지난달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군에 입소했다. 이 사이 박석민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고, 불펜 요원인 정우람은 84억 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꾸준했지만 특급과는 거리가 멀었던 유한준마저 60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오재원이라고 잭팟을 터뜨리지 말란 법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끝내 오재원 편이 아니었다. 오재원이 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FA 시장은 사실상 막을 내렸고, 외부 자원 영입을 추진하던 구단들도 하나둘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수요가 없으면 가격이 내리기 마련이다.

물론 오재원은 2루수라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화와 넥센, kt, SK는 확실한 2루수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자 보강이 시급한 KIA도 1년만 더 기다리면 안치홍이 군 제대하는 상황이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인 삼성과 LG는 일찌감치 FA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결국 선택지는 원 소속 구단인 두산뿐이었다. 계약 주도권이 구단 쪽으로 넘어오자 두산 측은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다가 두산은 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좋지 않은 상황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다. 모기업이 잔뜩 웅크린 상황에서 오재원 1명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오재원 입장에서도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이미 자신을 원하는 타 구단들이 제로인 상황에서 버틴다고 몸값이 오를리 만무했다.

최근 KBO리그 FA 시장은 몇 년째 거품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FA 거품은 특급 선수들만의 전유물로 취급되고 있다. 제도의 한계로 인해 특급이 아니라면 대박은 물론 이적의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 계약을 맺지 못한 고영민이 섣불리 시장에 나왔다는 혹평을 듣는 것이 그 예다. 오재원도 수요가 없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몸값이 크게 떨어졌다. FA 시장은 거품 이면에 냉혹한 현실이라는 얼굴을 감추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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