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해도 은행장들의 신년사에는 “올해 점포를 00개 늘릴 것이다”는 문구가 필수였지만, 최근엔 정반대 추세다.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이 확대되면서 ‘은행 점포수가 곧 영업력’이라는 공식이 옛말이 된 것이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이제는 과거의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선택과 집중, 새로운 사업 영역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권은 영업실적이 부진한 점포들에 대한 통폐합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화와 양적 성장 위주의 대형화를 추구하던 세계 금융의 추세가 이제는 규모보다는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과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형적 확장 보다는 금융업권·금융회사별로 강점을 살려 시장의 요구에 맞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해외시장에 대한 점포 확대는 여전히 ‘정주행’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200개 점포의 해외 네트워크를 300개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선 양적확대를 강조하는 등 비슷한 분위기다.
스마트폰뱅킹에 밀려 점포 통폐합…"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 통폐합 방식으로 100곳 이상의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를 둔 NH농협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은 20개 가량 점포를 줄일 계획이다.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점포가 통폐합 대상이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상대적으로 더 큰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으로 영업범위가 중복된 점포가 적지 않다.
동시에 은행권 퇴직자 수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 규모는 3600명에 달했다.
은행들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핀테크 확산과 함께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영업점 방문객이 줄어들어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 창구를 통한 대면거래 비중은 10.7%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거래 10건 중 1건만 은행창구를 통해 이뤄진다는 뜻이다.
반면 인터넷뱅킹 거래 비중은 37.8%로 1년 전보다 2.8%포인트 올랐고, 자동화기기, 텔레뱅킹 거래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은 89.3%에 달한다.
하 회장은 “성장 위주의 대형화라는 ‘2G(Global, Gigantic)’를 추구하던 세계 금융의 추세가 이제는 규모보다는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모델인 ‘2S(Simple, Strong)’로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의 관행에 안주하며 과당경쟁과 자산규모 확대에 몰입하던 기존의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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