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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레알, 베니테스 선임부터 경질까지


입력 2016.01.06 10:35 수정 2016.01.06 10:3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베니테스 감독 지지 3주 만에 경질 결정

처음부터 레알 마드리드 맞지 않는 옷?

베니테스 감독에게 레알 마드리드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옷이었다. ⓒ 게티이미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결국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고 예정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시기가 생각보다 더 빨리 왔다. 베니테스 감독은 인터밀란 시절에 이어 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지도자 커리어에 불명예 기록을 추가했다.

사실 베니테스 감독은 처음부터 레알 마드리드에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었다. 전임자였던 주제 무리뉴와 카를로 안첼로티 같은 감독들이 커리어의 정점에서 입성했던 것과는 달리, 베니테스 감독은 오히려 하향세를 드러내고 있던 실정이었다.

리버풀에서는 2005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가는 곳마다 지도 스타일과 전술적 성향을 둘러싸고 평가도 엇갈렸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 개개인의 자부심과 스타의식이 어느 클럽보다도 강하다. 선수 장악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무리뉴 감독조차 레알에서는 개성 강한 선수단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불화설에 시달렸다. 결국, 첼시에서도 올 시즌 비슷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불명예 퇴진했다.

베니테스에게는 처음부터 레알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장악할ㅜ만한 카리스마와 권위가 없었다.

무리뉴처럼 자신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간판스타를 벤치에 앉혀둘 패기도, 안첼로티처럼 인화력으로 선수들을 달래고 동기부여를 이끌어낼 포용력도 부족했다. 구단 수뇌부는 자기 색깔이 강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베니테스 감독이 팀의 기강을 세워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지만 오히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모스, 이스코,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팀의 핵심선수들과 마찰을 빚으며 끊임없는 불화설에 시달렸다.

중요한 경기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실수들도 선수단과 팬심의 지지가 떠난 이유다.

베니테스 감독은 레알 지휘봉을 잡고 7개월간 총 25회의 공식 경기를 치러서 17승 5무 3패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도 아틀레티코, 바르셀로나에 밀려 리그 3위에 그치고 있다.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에서는 의문의 용병술로 굴욕적인 완패를 당한 것을 비롯해 리그 중상위권팀들을 상대로도 좀처럼 승점3을 쉽게 따내지 못했다.

국왕컵에서는 부정선수를 출전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경기에 이기고도 몰수패를 당했다. 가뜩이나 팀 내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요한 지점마다 벌어진 치명적인 판단착오들은 베니테스의 감독 수명을 단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베니테스의 실패에는 구단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2014년 레알에 ‘라데시마’(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를 선사하고 선수단 내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안첼로티 감독이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치자 경질했다. 이 과정에서 호날두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과 팬들까지 구단의 결정에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안첼로티에 버금가거나 그보다 더 나은 감독을 데려왔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베니테스의 선임은 이미 시작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했던 카드였다.

더구나 지난 연말 구단 수뇌부가 베니테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지 불과 3주도 되지 않아 돌연 경질 카드를 꺼내들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베니테스 감독이 구단의 지지 선언 이후로는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레알은 2000년대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감독 단명의 잔혹사를 이번에도 끊지 못했다.

베니테스의 후임자로는 구단의 레전드 출신인 지네딘 지단을 선임했다. 지단은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축구스타였지만 지도자로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이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큰 구단을 시즌 중반에 갑자기 맡아 라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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