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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한 김영철이 대화를? 더 꼬이는 남북


입력 2016.01.20 09:11 수정 2016.01.20 09:14        하윤아 기자

툭하면 "핵타격하면 불바다로 번지게 돼있어" 협박

급사한 김양건 후임설 제기…경색 국면 이어질듯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급사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으로 김영철 군 정찰총국장이 임명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사진은 사망한 김양건 통전부장(왼쪽)과 후임설이 제기된 김영철 정찰총국장. ⓒ연합뉴스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 ‘핵타격하면 불바다로 번지게 돼 있다’ 등 수차례 대남 강경발언을 내뱉었던 김영철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지난해 말 교통사고로 급사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향후 남북협상 테이블에 대남 강경파가 자리를 꿰차고 앉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색된 남북관계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보당국이 예의 주시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당 지도부에 비공개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영철 후임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군부 내 대남공작 총책을 맡아 천안함 폭침과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등 대남도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왔던 김영철이 새로운 협상파트너로 등장할 가능성과 관련,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9일 ‘데일리안’에 “지금까지 주로 군사적 문제의 회담에서 대표로 나왔던 김영철이 통전부장에 임명된다면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남북경협이나 사회문화 주제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군사적 주제들이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면에서 남북관계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본보에 “김영철이 담당했던 업무의 성격을 볼 때 그 연장선상에서 공격적인 대남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어 남북관계가 경색 혹은 대결 구도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4차 핵실험 이후 우리도 북한의 책임을 묻는 식으로 강경하게 가고 있는데, 이번 인사에서 김영철이 통전부장에 임명된다면 결국 강대강이 맞붙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김영철의 임명이 확인되기 전에 남북관계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사실이라면 협상을 해나가야 할 우리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인사는 아닐뿐더러 경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출신으로는 매우 이례적…김정은 ‘심복’이라는 점 상당 부분 작용

특히 이들 대북전문가들은 ‘김영철 후임설’이 사실이라면 그동안의 북한 인사 패턴을 깬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건의 자리를 메워 대남사업을 담당할 전문 인력들이 굳건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김영철을 발탁했다면 이는 김영철이 김정은의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는 핵심측근임을 반증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김영철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강등과 승진을 반복하며 여러 차례 부침을 겪은 바 있다. 김정은 집권 초반인 지난 2012년 첫 대장 진급 이후 그해 11월 중장으로 2계급이 강등됐다가 이듬해 2월 26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다시 대장으로 복권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다 2015년 4월 상장으로 또 다시 강등됐고, DMZ 지뢰 도발 사건을 전후해 대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3차 핵실험 이후 불바다 위협, 3·20 사이버테러, DMZ 목함지뢰 도발 등 김정은 정권의 굵직한 대남도발을 주도하면서 김정은의 총애를 받는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군 출신을 통전부장에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이라면서 “김완수나 원동연 등 대남사업 핵심인물들이 있는데 측근인 김영철을 앉혔다면 김정은의 신뢰가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0년 제3차 당대표자회를 개최했을 때 김영철이 김정은의 옆옆에 앉아있었는데, 이는 그가 김정은이 총애하는 핵심 측근 중 하나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영호 교수 역시 “김양건을 대체할 인물들이 몇 사람 거론되기도 했지만, 김정은으로서는 심복이라고 생각하는 김영철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더 맞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발탁으로 대남 대화전략 포기? 통전부 기능 변화할까

이밖에 전문가들은 김영철이 통전부장으로 발탁된다면 기존의 대남교류·협력 사업에 관한 업무를 주축으로 다뤘던 통일전선부의 기능과 업무가 상당부분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북한이 5·24조치 해제 등을 요구하며 당국회담에 나섰으나 파행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와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북한으로서는 강경한 기조에서 보다 공세적인 대남정책을 펴나가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세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통전부의 역할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광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당 국제비서 쪽에서 중량감 있는 간부들이 통전부를 관장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과거의 인사 패턴을 깨트리고 김양건을 발탁했다면 강경한 통일전략을 구사하고 집행하라는 의지가 담겨있을 수 있다”며 “그동안 대남외교라인으로 운영했던 통전부를 조금 과격한 표현으로 이야기하면 앞으로는 대남 전복의 수단으로서 활용하겠다는 의사와 같다”고 해석했다.

정성장 실장도 “국제부장을 하던 김양건을 통전부장으로 앉힌 것은 외국을 잘 아는 깨어있는 인물을 통해 남한과의 관계에서 경협이나 지원을 받아내려고 했던 의도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 김양건과 대조적인 분야의 인물을 통전부장에 앉혔다면 기본적으로 대남정책의 방향을 교류와 협력의 확대가 아니라 공작을 통해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남한 정부를 흔들어보는 쪽으로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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