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탈당 러시에 그들이 웃는 이유는...
정치신인들 "더민주에선 경선 자체가 어려워...당 밖에선 충분히 겨뤄볼만"
"이번엔 충분히 싸워볼만하다. 지금 광주에선 현역의원 전부 교체해야한다는 요구가 70%를 넘어서고 있다. 어렵지만 한번 해볼만하다."
더불어민주당 내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연쇄 탈당 속에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이른 시일 내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고 안철수 의원도 ‘교체 대상’이란 지적을 받는 탈당파의 대거 유입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 반면, 20대 총선에 재도전장을 내민 신인들 입가엔 웃음이 번지는 모습이다.
19일 현재 더민주를 떠나 ‘국민의당’(가칭)으로 소속을 옮긴 의원은 창업주 안 의원을 비롯해 김한길 김영환 김동철 주승용 문병호 유성엽 장병완 권은희 김관영 김승남 임내현 최원식 황주홍 의원 그리고 아직 합류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신학용 의원까지 총 15명이며, 오는 4.13 총선에서 현역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당내 경선을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들 대다수는 당 안팎에서 이른바 ‘공천 탈락 대상’으로 거론되는 등 경쟁력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해당 지역에선 더민주 또는 국민의당 소속 신인들의 출마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인 더민주에선 경선 과정에서 현역의원의 인지도나 영향력 등이 작용해 신인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했지만, 당 밖에선 현역들의 입지도 크게 줄어드는 데다 기존 의원들에 대한 교체 요구도 높아 이번 경선은 ‘해볼만한’ 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현역 의원과 신인의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고됨에 따라 내부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탈당파 정치인들의 대거 합류로 ‘새정치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신진인사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도 “기성 권력이나 학벌, 그리고 스펙으로 다듬어진 가공된 보석보다 묻혀있는 원석이나 낭중지추를 찾아 미래세력으로 키워 나가는 게 새로운 정치의 역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장 뜨거운 지역은 역시 광주·전남이다. 탈당파 15명 중 절반 이상(8명)이 호남 의원이기 때문이다. 일단 남구의 경우, 현역인 장병완 의원을 비롯해 김명진 전 새정치 원내대표비서실장, 서정성 전 광주시의원, 정진욱 광주정치경제아카데미 원장이 모두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신인들의 면면도 주목할만하다. 박지원 더민주 전 원내대표를 보좌했던 김 전 비서실장은 원내전략수립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인물로 일찍이 광주 지역에서 터를 닦아왔다. 또 서 전 의원과 정 원장은 각각 안 의원의 수석보좌관, 안철수와 함께하는 광주전남시민정책포럼 대변인 출신으로 ‘안철수계’ 인물로 꼽히는 동시에 광주에서 정계 활동을 탄탄히 이어온 실력자로 회자되는 만큼 경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김 전 비서실장은 “현역 파워가 여전히 있긴 하지만, 도전자들이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다. 지금 현역 교체 요구가 엄청나게 높다”며 “더민주를 탈당한 사람 중에 그저 현역의원이라고 그대로 당선시키는 것은 안철수의 새정치가 아니다. 당연히 경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쟁력있는 사람을 내세워야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광주 북구을에서도 국민의당 내 3파전이 예상된다. 재선에 도전하는 임내현 의원에 맞서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이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측근인 이남재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기획본부장도 탈당 후 국민의당으로 출마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새인물', '새로운 광주 정치'를 내세우며 존재감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전남 여수을의 경우, 현역인 주승용 의원의 입지가 굳긴 하지만, 박종수 전 러시아공사와 이광진 전 세계박람회 여수유치위원회 집행위원이 출사표를 던지고 국민의당 경선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공사와 이 전 위원 모두 기존 명망가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오랜 시간 꿋꿋하게 활동해오면서 ‘새정치’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게 지역 내 여론이다.
한편 더민주는 광주·전남 의원이 대거로 빠져나간 자리에 신진인사 영입 요구가 높아지면서 외부 인재를 영입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물론 연쇄 탈당에 더해 선거구 재획정도 지연됨에 따라 신인들의 예비후보등록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당 관계자도 “선거구가 사실상 없는 상태고 대규로모 다 빠져나가서 등록한 후보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현역 의원들이 탈당을 선언한 상황에서 ‘신인 간 경쟁’은 충분히 해볼만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민주 소속으로 광주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현역들이 버티고 있으면 우리같은 신인은 아무리 해도 경선에서 상대가 안될 때가 많았지만, 기득권들이 나갔기 때문에 해볼만한 게임이 됐다”며 “현역들 다 바꾸라는 지역민심이 높다. (본선에서는) 혹 지더라도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겨뤄볼 수 있는 게 어디인가”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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