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연세대)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그리고 있다.
손연재는 보통 2월 모스크바 그랑프리로 시즌을 시작하곤 했지만 올해는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전과는 다르게 1월부터 실전을 치르게 됐다.
손연재는 20일 태릉선수촌 리듬체조장서 열린 ‘2016 리듬체조 국가대표 및 국제대회 파견대표 선발전’ 시니어 개인전에서 후프(17.850), 볼(17.750), 곤봉(18.000), 리본(17.700)까지 4개 종목에서 합계 71.300점을 기록, 총점 59.800를 받은 2위 천송이(19·세종고)와 58.400점을 받은 3위 이다애(22·세종대)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부상 등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손연재가 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오르는 것은 결코 특별한 이슈가 아니다. 그보다 이날 손연재가 주목 받은 이유는 그가 리우 올림픽에서 펼칠 프로그램을 처음 공개했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올림픽프로그램에 대해 “러시아에서 새로운 프로그램과 음악을 만들고 왔다. 올림픽이 채점기준이 더욱 엄격하다. 그에 맞춰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연재가 리우 올림픽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의 포인트 내지 승부수는 자신의 장기인 포에테 피봇임을 밝혔다. 포에테 피봇이 장기이기도 하지만 채점 규정 자체도 고득점을 올리기에 유리하게 변경됐기 때문이다. 다리를 계속 펴고 도는 포에테 피봇은 1회전당 0.1점에서 0.2점으로 배점이 2배 높아졌고, 회전 동작 도중 균형을 약간 잃어도 예전보다 감점이 훨씬 적어졌다.
과거에는 10회전을 수행하는 동안 중간에 약간 미끄러지면 앞선 회전수만 인정되고 뒤 이은 회전수는 점수를 인정받을 수 없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10회전 가운데 중간에 한번 흔들려도 0.1점만 감점될 뿐이다. 결국 중간에 중심을 잠시 잃어도 뒤에 남은 회전수에 대한 점수가 인정돼 더 많은 점수를 챙길 수 있게 된 것.
따라서 이번 선발전에서 처음 선보일 손연재의 올림픽 프로그램에 그가 승부수로 내세운 포에테 피봇 동작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구성됐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공개된 올림픽 프로그램에서 손연재는 자신의 말대로 한층 강화된 포에테 피봇 동작을 선보였다.
포에테 피봇은 한 쪽 다리를 축으로 놓고 다른 한 쪽 다리를 든 상태에서 회전하는 동작인데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에서 4종목 모두 포에테 피봇을 포함시켰고, 회전수 역시 10회전 이상을 소화했다.
여기에 더해 손연재는 포에테 피봇 동작 자체에 변화를 줬다. 포에테 피봇은 공중에 들린 다리를 굽힌 상태에서 돌 수도 있고, 굽힌 채로 돌 수도 있다. 과거 손연재는 두 가지 동작을 혼용했지만 이번 올림픽 프로그램에서는 모두 한 쪽 다리를 편 채로 회전을 했다.
한 쪽 다리를 편 상태에서 회전했을 경우 1회전당 0.2점을 받는 반면 한 쪽 다리를 굽혔다 펴며 회전할 경우 받는 점수는 1회전당 0.1점으로 점수 차이가 두 배에 이르기 때문. 포에테 피봇 동작을 소화할 때, 같은 동작이라도 점수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동작을 채택하고 회전수를 높여 최대한 많은 점수를 확보하는 전략인 셈이다.
손연재는 이와 같은 포에테 피봇 기술이 발목에 큰 부담을 가하는 기술임을 인식, 체력 트레이너를 새로 영입해 두 달 이상 근력 강화에 힘을 쏟은 결과 상당한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손연재가 또 하나 승부수로 삼은 것은 댄싱 스텝이다. 이전 시즌까지 손연재는 정확도 높은 수구 동작과 풍부한 표현력을 앞세워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동작의 연결 과정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공백이 나타나면서 프로그램이 매끄럽지 않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곤 했다.
손연재가 또 하나 승부수로 삼은 것은 댄싱 스텝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분 30초의 연기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수구동작과 안무를 소화하는 경쟁 선수들과 시각적으로 차이가 나타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손연재가 준비한 대안은 댄싱 스텝이다. 댄싱 스텝을 최대한 활용해 프로그램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보이는 효과를 높이면서 경쟁 선수들과의 차이를 더욱 더 좁히겠다는 의미다.
손연재는 선발전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손연재는 "올림픽이 열리는 이번 시즌에는 1분 30초 안에 1초라도 빈 곳이 없을 만큼 빠르게 연기하고 꽉 찬 작품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마르가리타 마문이나 야나 쿠드랍체바와 같은 러시아 선수들이 리우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손연재는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등 오랜 기간 국제무대서 경쟁을 펼쳐온 선수들과 마지막 대결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던 손연재는 이런 과정을 통해 리우 올림픽에서 경쟁 선수들에 비해 특별한 그 무엇을 보여줘야 메달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물로 탄생한 올림픽 프로그램인 만큼 앞으로 손연재에게 남은 과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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