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사랑도 SNS로…'좋아해줘'
이미연·최지우·김주혁·유아인·강하늘·이솜 출연
'6년 째 연애 중' 박현진 감독 연출 로맨스물
연애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시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호감을 표하는 일은 다반사다.
'썸남', '썸녀'가 게시글을 올리면 '좋아요'를 꾹 누르면서 공감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혹시 지금 나와 같은 장소에 있는 건 아닌지, 요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궁금해하면서.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쁜 척, 있는 척한 사진을 올리고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참으로 피곤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어쩌랴. 사랑을 쟁취할 수만 있다면 이런 귀찮음쯤이야.
'좋아해줘'는 요즘 현실을 반영해 각기 다른 세 커플이 SNS를 통해 연애하는 모습을 그렸다. 영화에서 SNS는 남녀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과거 '접속'과 '동감'에서 PC 통신과 무전기가 로맨스 창구가 됐다면 '좋아해줘'는 모바일 SNS 이용 인구가 80%에 육박하는 현 시대를 관통한다.
영화에는 세 커플이 나온다. 까칠하기로 악명 높은 스타 작가 조경아(이미연)·안하무인 한류스타 노진우(유아인), 매력적인 노처녀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오지랖 넓은 노총각 셰프 정성찬(김주혁), 연애 '초짜'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연애 고수 드라마 PD 장나연(이솜) 등이다.
신인 때부터 경아와 알고 지낸 진우는 제대 후 경아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경아는 신인이었던 진우를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며 스타덤에 올려 놓으며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마주쳤다 하면 으르렁댄다.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란은 겉으론 야무져 보이지만 알고 보면 '허당'. 어느 날 주란은 사기를 당해 집과 돈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을 신세가 된다. 결혼 직전 여자친구에게 차인 성찬은 주란의 집 세입자. 마음이 허한 성찬은 주란에게 방 한 칸을 내주며 티격태격 동거를 이어간다.
천재 작곡가인 수호는 연애에 서툰 모태 솔로남. 그런 그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나연이 다가온다. 얼굴 예쁘지, 몸매 좋지, 모든 걸 다 갖춘 나연에게 빠지는 건 시간 문제. 그런데 수호에겐 가슴 속 깊은 상처가 있다. 나연은 수호의 상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좋아해줘'는 이미연, 유아인, 최지우, 김주혁, 강하늘, 이솜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 옴니버스 로맨스물이다. 세 커플의 로맨스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담은 게 미덕이다. 통통 튀는 재미가 있다.
SNS를 활용해 요즘 연애 현실을 보여주는 게 공감을 산다. 시도 때도 없이 '썸남', '썸녀'의 SNS를 살피는 모습, '좋아요'를 누르는 모습, 좋아하는 사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뽀샵 처리' 수준의 사진을 올리는 모습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각 커플의 개성도 뚜렷하다. 경아-진우 커플은 사랑 앞에선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는 판타지를, 주란-성찬 커플은 노총각 노처녀의 현실적인 사랑을, 수호-나연 커플은 20대 커플의 풋풋한 로맨스를 표현했다.
사랑은 완벽한 여자와 완벽한 남자가 이뤄내는 게 아니다. 영화는 상처가 있고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을 보여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감싸줄 수 있느냐고 묻는 동시에 일부러 멋있는 척, 예쁜 척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인연은 어딘가에 있다는 인생의 이치를 길어 올린다.
영화는 또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뿌리박힌 여성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경아의 뒷담화를 하는 남자들을 두고 "남자가 자기 할 말 다하면 당당하고, 여자가 그렇게 하면 기가 센 거냐? 촌스러운 인간들"이라는 진우의 대사, 성찬에겐 노총각이라고 하지 않고 주란에게만 '노처녀'라는 딱지를 붙이는 장면 등에서 무릎을 치게 된다.
박 감독은 "성공한 여자에게 '기가 세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는 걸 직접 겪었고 일상 생활에서도 남녀 차별적인 표현이 자주 들린다"며 "같은 마흔이지만 여자와 남자를 대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박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인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그려냈다. 사랑을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고 감독은 말했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호흡)가 좋다. 오랜만에 복귀한 이미연과 '대세' 유아인은 연상연하 커플의 로맨스를 판타지적으로 담았다.
최지우 김주혁 커플이 보여주는 로맨스가 가장 인상적이다. 이번 영화에서 첫 번째 호흡이라는 두 사람은 실제 커플처럼 잘 어울린다. 사랑스러운 최지우와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김주혁의 매력이 극대화됐다.
강하늘 이솜 커플은 상큼하고 순수한 20대 로맨스를 설레게 그려냈다.
처음엔 마냥 좋다가 지지고 볶고 싸우고, 결국엔 이뤄지는 결말은 뻔하지만 안정된 연출력, 비교적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중간에 배치한 유머 코드, 특히 김주혁의 연기도 '깨알 재미'다. '썸남', '썸녀'가 있는데 용기가 없어 고백을 두려워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박 감독은 "여섯 남녀가 연애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SNS 활용하는 에피소드들이 '나도 그랬지'라는 공감을 끌어낼 키워드가 된다"고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2월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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