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MVP! 프로농구 '양동근 시대'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2.23 11:40  수정 2016.02.23 15:31

‘2015-16 KCC 프로농구’ MVP, 통산 4회 수상

올 시즌 약체로 평가받은 모비스 준우승 이끌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5-16 KCC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한 양동근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이 프로농구 MVP 4회 수상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양동근은 22일 JW 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5-16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기자단 투표 총 99표 중 49표를 얻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CC 전태풍(48표)을 불과 1표 차이로 제치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양동근은 2005-06, 2006-07, 2014-15시즌에 이어 또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양동근은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비시즌 국가대표 차출로 한 라운드를 결장했음에도 이번 시즌 평균 13.56득점 5.6어시스트(1위)를 기록하며 전성기의 기량을 뽐냈다. 평균 출장시간은 36분 28초로 올 시즌 전체 1위. 양동근 커리어 통틀어서도 가장 긴 출장 기록이다.

소속팀 모비스는 올 시즌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등 주력 선수들의 이탈과 노쇠화 등으로 인해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모비스는 예상을 깨고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막판까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쳤다.

비록 KCC에 상대 전적에서 뒤져 아깝게 준우승에 머무른 모비스지만 우승경쟁까지 올수 있었던 데는 공수의 버팀목이자 리더였던 양동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동근이 세운 업적은 이미 KBL에서는 독보적이다.

양동근은 2004-05시즌 프로농구 데뷔 첫해부터 신인왕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것은 양동근을 비롯해 김주성(동부), 김승현(전 오리온), 주희정(삼성), 신기성(전 나래) 등 5명에 불과하다. 정규리그 MVP를 2회 이상 수상한 것도 양동근-서장훈-김주성, 이상민 등 4명뿐이다.

팀 성적 역시도 화려하다. 양동근은 총 5회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은퇴한 추승균(KCC 감독)과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KBL 역대 최초의 챔프전 3연패(2013~15)도 포함돼있다. 모비스 왕조의 역사가 모두 양동근의 농구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에서도 양동근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경력으로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를 모두 누렸다. 2006년부터 10년간 국제무대에서도 양동근은 어느덧 한국을 대표하는 가드이자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역대 한국농구를 빛낸 어떤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우승 횟수와 개인 수상 경력 등에서 이제는 양동근의 업적을 뛰어넘을만한 선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양동근은 그동안 쌓은 업적에 비해 저평가를 받은 선수이기도 하다. 양동근이 프로에 데뷔할 때만해도 이상민, 김승현, 신기성 같은 소위 정통파 포인트 가드들의 전성시대였다. 현대농구의 대세로 꼽히는 듀얼가드의 유행이 자리 잡기 전, 양동근은 탁월한 공수밸런스와 꾸준함이라는 장점보다 슈팅과 패스능력이 모두 어정쩡한 가드라는 선입견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의 양동근은 자신만의 강점을 내세워 한국농구 역대 최정상급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만한 업적을 남겼다. 양동근의 강점은 역대 어느 특급 가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비력과 강력한 내구성, 그리고 모범적인 마인드 등을 꼽을 수 있다.

양동근보다 기술이나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은 과거에도 많았을지 모르지만, 누구도 양동근처럼 오랜 세월 기복 없이 정상급 기량과 체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양동근은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괴물 같은 체력과 운동량을 바탕으로 동 포지션에서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약점으로 꼽히던 리딩과 슈팅 능력 등도 꾸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며 이제는 KBL에서 양동근보다 더 뛰어난 리딩 능력을 지닌 포인트 가드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외에도 양동근은 훌륭한 경기매너와 깨끗한 사생활로 인해 코트 안팎에 안티가 없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개성이 강한 스타플레이어들이 한 번쯤 겪게 되는 구설수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도 양동근과는 거리가 멀다. 체력적 부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년 국가대표 차출에도 꼬박꼬박 응한다. 기량, 인성, 자기관리 등에서 완벽한 스포츠 선수의 모범에 가까운 양동근이다.

무엇보다 양동근의 성실함은 최근 거듭된 인기하락과 도덕적 일탈로 위기에 직면한 프로농구의 현실 속에서 더욱 귀감이 되는 대목이다. 농구인기가 과거와 달리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 양동근은 해당 종목을 대표하는 스타임에도 그 업적과 가치가 충분히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농구팬들이라면 훗날 지금의 한국농구를 추억할 때 ‘양동근의 시대’를 함께했다고 회상하는 순간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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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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